코로나19로 인한 경제타격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0.75%로 전격 인하했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0%대에 진입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의장인 이주열 총재의 소집으로 이날 오후 4시 30분 임시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이처럼 전격 인하했다.

지난달 27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고조되고 실물경제 위축이 빠른 속도로 심화하는 데 따른 대응 조처인 것이다. 

이 기간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으로 전환했고, 그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국제금융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 후 가장 큰 충격에 빠졌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고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실물경제와 금융 부문에 복합적인 충격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제가 'V'자 회복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은은 이같은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 임시 금통위를 열어 0.5%포인트 '빅컷'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금리를 내린 것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0.50%포인트 인하)과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0.75%포인트 인하) 단 두 차례였다.

당초 한은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17∼18일께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이 일반적이었다. 

그렇지만 연준이 15일(현지시간) 2차 '빅컷'과 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QE) 조치를 단행함에 따라 금통위원 간 논의를 거쳐 회의 일정을 이날로 앞당긴 것이라는 후문이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포인트 인하하고 700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계 경제에 '위기 경보등'이 켜지면서 미국 외 다른 주요 선진국들도 통화완화 및 재정확대 등 경기부양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