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헌법개정 국민발안제 도입의 쟁점' 보고서

[스트레이트뉴스 이제항 선임기자] 지난 3월 6일 국회의원 149명(재적과반이상)이‘ 헌법개정안을 유권자 100만명 이상이 제안’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단일 헌법개정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헌법개정절차 중에 숙의절차를 마련하거나, 국민발안과 함께 헌법개정 한계규정을 두었던, 과거 우리나라 헌법과 해외사례를 참고하여 제도적 보완에 대해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하중)는 20일, ‘헌법개정 국민발안제 도입의 쟁점’을 다룬‘이슈와 논점’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이와 관련한 쟁점사항을 검토하고 연혁과 해외사례 및 제도적 보완사항을 정리했다.

헌법개정안 제안권자를 국회재적과반과 대통령으로 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 제128조제1항에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만인 이상'을 추가하는 단일조항 개정안이다.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1954년 제2차 개정헌법에서 헌법개정 국민발안제를 도입하면서 이와 함께 국민주권, 민주공화국가, 국민투표에 관한 규정은 개폐할 수 없다고 명시한 바가 있다(제98조제1항 및 제6항). 실제로 유권자인 국민이 헌법개정안을 제안한 사례는 없었다. 그러다가 유신헌법에서 삭제된 것이 오늘에 이른 것이다.

한편,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헌법개정을 국민발안으로 제안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둔 국가는 많지 않다. 아시아에서는 현재 필리핀이 유일하고, 유럽에서도 스위스,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헝가리, 조지아, 벨라루스, 미주에서도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우르과이, 베네수엘라 정도이다.

헌법개정에 대해서 국민발안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국민발안을 할 수 있는 헌법개정안의 내용에 대하여 일정한 제한을 두는 경우도 있다.

우선, 기본적 인권과 자유의 침해가 되는 내용을 제안할 수 없도록 하는 사례가 있다. 슬로바키아의 경우‘기본적 인권과 자유, 세금, 징수, 국가예산’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서는 발안이 제한된다. 이는 민주적 헌법에 포함된 기본적 인권의 보장이 다수 또는 가중다수의 처분에 따라 변경되어서는 안된다는 취지이다. 스위스의 경우 국제법의 강행규정에 반하는 내용은 국민발안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민발안의 내용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헌법적합 성을 심사하도록 되어 있는 국가도 있다. 예를 들면 슬로바키아에서는 의회가 요청하여 대통령이 제청할 경우에 국민발안 내용을 헌법재판소가 심사할 수 있다.

발안 횟수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필리핀은 5년 내에 1회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고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절차적으로는 스위스는 헌법일부개정 국민발안에 대한 대안을 의회가 낼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전면개정의 경우에는 국민투표로 가부를 정하도록 하고 있고, 국민투표로 전면개정이 결정되면 새로운 선거로 양 의회를 구성한다고 정한다.

이러한 제한들은 극단적인 내용이 헌법규정이 되거나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배제하는 내용이 헌법에 도입되는 문제와 다수에 의한 횡포가 헌법개정에서 구현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헌법개정안 제안서는 국민의 참여와 의사수렴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대한민국 주권자이며 최고의 헌법 제정권력이므로 헌법 제개정여부, 헌법개정내용 등 제반결정권이 국민에게 있고 이는 주권자가 보유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며 가장 강력하게 보호되는 권리라고 한 바도 있다.

이번 개정안은 현실적으로는 다수결로 선출되는 국회나 대통령의 제안에서 소외된 사항을 스스로 제안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기대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극단적인 의견을 제안하거나 다수의 횡포가 구현되는 문제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에 걸맞게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크게는 정치적 자유가 보다 확대돼야 하는 과제가 있고, 구체적으로는 포퓰리즘에 의한 개헌이 되지 않도록 헌법개정안과 관련된 공론절차 마련 등의 기반사항에 대해서 고민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우선, 국민발안제가 자칫하면 극단적인 대립의 산물로 오용되거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내용이 제안될 가능성도 우려할 수 있으며, 현행 헌법개정절차를 보면, 일단 제안되면 수정절차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완사항으로 헌법개정절차에 헌법적 쟁점과 관련한 신중한 숙고절차를 보완하거나, 수정절차를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헌법에 헌법개정내용의 한계에 대하여 명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국민발안을 도입하는 이상 이 제도가 가진 장점이 최대한 구현되고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하여는 도입과 아울러 제도적 부작용 및 헌법개정 관련 절차와 내용의 보완사항을 헌법적 또는 법률적으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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