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79〉누구를 위한 경제성장인가?
[스트레이트 연재-보이지 않는 경제학] 〈79〉누구를 위한 경제성장인가?
  • 현재욱 선임기자 (jeffhyun@naver.com)
  • 승인 2020.0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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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에 나타난 자본주의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은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무한 이윤획득에 의해 세계 경제는 불균등하고 불공정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의 힘이 거세지면서 각종 모순적 요소가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알기 위해선 현대 경제의 중요한 쟁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쟁점들의 핵심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과 논쟁을 우리가 알아야 할까? 몰라도 무방한 것들이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경제학 논쟁이 경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정책은 보통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할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경제의 주요 요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본지 선임기자 현재욱의 저작인 「보이지 않는 경제학(2018)」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보이지 않는 경제학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6년 대한민국의 실질경제성장률은 2.7퍼센트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전년도에 비해 2.7퍼센트 커졌다는 뜻이다. 건설·부동산 부문을 빼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어쨌든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실질경제성장률은 1998년(-5.5퍼센트)을 빼고는 지난 30년간 떨어진 적이 없다. 1999년에는 11.3퍼센트의 광폭 성장을 기록함으로써 외환위기로 축난 몸을 단숨에 회복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쳤던 2009년에도 0.7퍼센트 성장했다.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은가? 나는 경제성장률에는 하등의 불만이 없다.

대한민국 경제는 지난 50년 동안 크게 성장했다. 이 정도의 인구와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가 3퍼센트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 경제는 1971년부터 30년 동안 연평균 8.75퍼센트의 고도성장을 이어왔다.

1971년에 처음으로 3조 원 대를 넘어선 국내총생산은 2000년에 635조 원이 되었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 1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94퍼센트다. 성장률 자체는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국내총생산은 1,559조 원으로 무려 2.5배 가까이 커졌다. 키가 50센티미터일 때는 10퍼센트 성장해야 5센티미터 자라지만, 180센티미터가 되면 5퍼센트만 성장해도 9센티미터가 커진다.

몸집이 커질수록 성장률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여기서 얼마나 더 자라야 할까? 물론 일본이나 독일만큼 커지면 좋 겠지만 이제부터는 천천히, 조금씩 클 수밖에 없다. 성장이 멈춘다고 죽는 것은 아니다. 성장률이 0퍼센트에 머무른다 해도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통탄할 필요는 없다. 지난해만큼은 벌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왜 꼭 더 벌어야만 하나?

산업혁명 이래 인류가 한 일은 수억 년 이상 땅속에 묻혀있던 탄소를 대기권에 풀어놓는 것이었다.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기업농과 소수의 곡물상이 세계 곡물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보르네오의 원시림은 팜오일의 원료인 야자수농장으로 개발되고 아마존 열대림은 사료용 콩밭으로 바뀌고 있다. 바다는 산성화되고 어족자원은 빈약해졌다. 그런데도 더 개발하고 더 성장하고 더 소비해야 한다. 그게여의치 않으면 불황이고 침체다.

미국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로버트 케네디Robert Kennedy, 1925~1968는 1968년 3월 18일 캔자스대학교에서 한 연설에서 국민총생산이 대변하는 미국의 물질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우리의 국민총생산은 한 해 8,000억 달러가 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국민총생산으로 미국을 평가해야 한다면, 여기에는 대기오염, 담배광고, 아수라장이 된 고속도로를 치우는 구급차도 포함됩니다. 문을 잠그는 특수 자물쇠, 그리고 그것을 부수는 사람들을 가둘 감옥도 포함됩니다. 삼나무 숲이 파괴되고, 울창한 자연의 경이로움이 사라지는 것도 포함됩니다. 네이팜탄도 포함되고, 핵탄두와 폭동 진압용 무장경찰 차량도 포함됩니다.……그러나 국민총생산은 우리 아이들의 건강, 교육의 질, 놀이의 즐거움을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민총생산에는 시poetry의 아름다움, 결혼의 장점, 공적토론의 지성, 공무원의 청렴성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해학이나 용기, 지혜나 배움, 국가에 대한 우리의 헌신이나 열정은 측정하지 않습니다. 짧게 말해서, 국민총생산은 모든 것을 측정합니다.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제외하고 말입니다.”

GDP(국내총생산)의 문제 가운데 하나는 시장에서 거래된 재화와 서비스만 GDP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조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여성의 가사노동은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GDP가 성장한다는 것은 한 나라의 부富의 총량이 커진다는 말과 같다. 국부國富는한 나라가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이다. 결국은 양量의 문제인가?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매년 소득이 늘지 않아도 잘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만큼 커졌으면 이제 질質을 돌아볼 때가 되었다. 설사 재화와 서비스의 규모가 더 커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재화와 서비스의 품질이 좋아지면 그만큼 삶의 질이 나아진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분배구조의 재구성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어떤 경제정책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파이가 커진들, 99퍼센트가 가난해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계속>

※ 이 연재는 스트레이트뉴스가 저자(현재욱)와 출판사(인물과사상사)의 동의로 게재한 글입니다.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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