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C 판결문 "SK, 증거인멸로 재판방해 명백"
소송 관련 문서 삭제하거나 삭제토록 방관 정황
지적재산권 유출비용 지출 불가피.. '대화' 여지도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과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달 내린 ‘조기 패소판결(DefaultJudgment)’ 승인 판결문을 공개해 관심이 쏠렸다. ITC는 SK이노베이션의 악의적인 증거인멸이 공정하고 효율적인 재판을 방해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공개된 판결문을 보면 ITC는 이번 소송이 증거인멸과 포렌식 명령 위반 등 법정 모독으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인멸된 증거는 LG화학이 주장한 영업비밀 침해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며 소송의 모든 쟁점은 해당 증거들을 통해 드러났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이 LG화학의 소송 진행에 피해를 준 것은 물론, 판사가 공정하고 효율적인 재판을 진행하는 데도 방해가 됐다는 ITC 측의 설명이다.

ITC는 특히 이번 조기패소 결정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처벌에서 나아가 다른 사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위반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임을 밝혔다.

판결문에는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4월 9일부터 증거 보존 의무가 발생했음에도 소송과 관련된 문서를 삭제하거나 삭제되도록 방관했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에 재직 중인 LG화학 출신 전직 직원 PC 휴지통에 저장돼 있던 엑셀 문서가 증거자료로 추가로 제시됐다. 작년 4월 12일 작성된 이 엑셀 시트에는 LG, L사, 경쟁사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LG화학 관련 삭제된 파일 980개가 나열됐다.

이 외에 SK이노베이션의 LG화학 전직자가 2018년 작성한 내부 이메일에는 '이런 것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되나?'라는 내용과 함께 LG화학 소유의 양극 및 음극 관련 상세한 배합과 사양에 관한 자료가 첨부됐다.

결과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수년 전부터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된 문서들을 삭제해온 것으로 파악됐으며, 전체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이의제기를 신청한 상태다. 이의제기는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하는 절차로, ITC는 다음 17일까지 이를 수용할지 결정해야한다.

ITC위원회가 올해 10월 ‘최종결정’을 내린다면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및 관련 부품, 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ITC 최종결정 이후 대통령 심의 기간(60일) 동안 SK이노베이션이 공탁금을 내면 수입금지 효력이 일시 중단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TC 최종판결까지 성실이 임하는 것은 물론 판결 전후에도 대화와 합의를 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LG화학 역시 “대화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인 만큼, 업계는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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