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택했던 현대·기아차 등 위기감에 현장 출근 고려
정부, “4월 초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

코로나19 방역을 우선했던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자 재택근무를 멈추고 현장 운영을 택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현대카드 콜센터 직원들이 감염 관리를 위해 체온을 확인하는 모습. 사진=현대카드
코로나19 방역을 우선했던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자 재택근무를 멈추고 현장 운영을 택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현대카드 콜센터 직원들이 감염 관리를 위해 체온을 확인하는 모습.
사진=현대카드

코로나19 방역을 우선했던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들어가자 재택근무를 멈추고 현장 운영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가 전국민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한 바 있어 기업들의 움직임이 정부 정책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기업의 '생존 위기'라는 인식에는 공감하면서도 가까스로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코로나 사태가 다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자율 재택근무를 23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부문별 협업을 강화해 사업운영 차질을 예방하는 동시에 출퇴근 시간을 최대한 분산해서 직원 접촉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출근 시간 범위를 오전 8시∼10시에서 오전 8시∼오후 1시로 넓히고 필수근무시간(오전 10시∼오후 4시)을 없애는 확대된 유연근무로 전환한다.

코로나19 사태에도 현대·기아차가 현장근무를 택한 이유는 사실상 해외생산이 마비됐기 때문이다. 유럽에 위치한 현대차의 체코 공장은 23일부터 2주간 휴업한다. 기아차의 유럽 슬로바키아 공장도 23일부터 2주간 멈춘다. 유럽 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직원들의 안전과 물류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미국에서도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공장이 멈췄다. 다른 해외 공장도 가동 중이긴 하지만 언제라도 멈출 수 있는 상태다.

SK그룹도 위기 경영 체제를 강화하면서 일부 계열사의 재택근무 방침 해제를 논의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번 주 초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경영회의를 준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난달 24일부터 진행된 전 직원 재택근무 방침을 23일부터 해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정부의 권고사항에 맞춰 "3월 말까지 전사 재택근무 방침을 유지한다"로 말을 바꿨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도 일부 제조공장이 멈추면서 고민이 쌓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재택근무는 하지 않고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 중이다. 이는 유럽에 진출한 가전 공장을 잠시 멈췄기 때문이다. TV를 생산하는 슬로바키아 공장은 23일부터 29일까지 가동을 중단했다. 생산 부족분은 정상 가동 중인 헝가리에 위치한 TV공장에서 대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는 해외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나 여전히 위태로운 상태다. LG전자는 국내뿐 아니라 '코로나19'의 확산이 커지는 미국과 유럽 일부 법인의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출장을 금지시켰다.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에서는 점차 소강상태로 나아가고 있으나 기업들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정부가 4월 초까지 전국민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한 바 있어 기업의 움직임이 정부의 태도와는 정반대로 가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다.

정부는 오는 4월 5일까지 15일간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2일 정세균 본부장(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각 중앙 부처 및 17개 시·도와 함께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방안 후속 조치 및 향후 계획, 마스크 수급 동향 등을 논의했다.

또 정부는 15일간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기간 동안 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시설을 비롯한 일부 시설과 업종의 운영을 제한하는 조치를 함께 실시할 것을 발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박능후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들이 22일부터 15일간 외출을 자제하고 최대한 집 안에 머무르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다음 국민 행동 지침을 숙지하고 꼭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집단시설 기준 2명 이상의 연관된 환자가 보고된 집단발생 91건 1383건 중 직장이 23건(25.3%) 279건(20.2%)이기에 기업 차원에서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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