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경제분석기관 "한국경제 '역성장' 가능성"
S&P, 올해 韓경제 성장률 전망 -0.6%로 낮춰
경기침체 우려, 세계 각국서도 감지.. 불확실성↑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서 한 주식 트레이더가 지치고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객장에서 한 주식 트레이더가 지치고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부터 수출까지 총체적인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한국이 올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미 올해 1분기 역(逆)성장 가능성을 인정한 상황에서 국제신용평가사 등이 2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점치면서 침체 진입 가능성이 한층 커진 분위기다.

이코노미스트들은 한국이 1년 안에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이 33%에 이른다고 전망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해외 경제분석기관의 전망도 나온다.

먼저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3일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S&P는 지난 5일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1%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S&P가 이날 발간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GDP 성장률이 약 -0.6%로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0.4%, 올해 말 예상 기준금리는 연 0.50%로 제시됐다.

앞서 영국 경제분석 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도 아시아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면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0%로 제시해 역성장을 전망했다.

S&P는 다른 아태지역 국가들에 대해서는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은 2.9%로 둔화할 것으로 추정되고 홍콩(-1.7%), 일본(-1.2%), 싱가포르(-0.8%)는 역성장이 예상된다"며 "아태지역 평균 성장률은 2.7%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아태지역 정부, 은행, 기업, 가계가 부담해야 할 경제적 손실이 현재 약 6200억달러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S&P는 지난 18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아태지역 경기 침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에 따른 각국의 성장률 전망 조정치를 이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경제분석기관 및 투자은행(IB)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한국이 향후 12개월 안에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33%로 집계됐다. 이 확률은 코로나19의 타격을 예상하기 어려웠던 올해 1월까지만 하더라도 18%에 불과했다.

그러나 2월에 들어서면서 20%, 3월에는 33%로 가파르게 높아졌다.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한 곳은 스코샤뱅크로, 한국이 절반의 확률로 1년 안에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긍정적으로 전망한 곳은 침체 확률을 20%로 본 소시에테제네랄이었다.

경기 침체는 생산·소비·투자 등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경제 규모가 축소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통상 실질 GDP가 전기 대비 2분기 연속 감소하면 기술적 경기침체로 볼 수 있다.

당장 올해 1분기부터 GDP가 역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1.2%로, 예상을 뛰어넘었던 데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월 20일 처음 등장해 1분기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서다.

14개 경제분석기관 및 IB의 전 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성장률 가중평균치는 마이너스(-) 0.9%로 나타났다.

노무라증권이 -3.7%로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했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1.4%)와 바클레이스(-1.3%)가 그 뒤를 이었다. 1분기에도 전기 대비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 HSBC도 성장률 전망은 0.3%에 그친다. 소시에테제네랄은 0.1% 성장을 예상했다.

1분기 역성장은 정부와 통화당국도 가능성을 인정한 부분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외신기자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1분기 성장률에 대해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본다면 마이너스 성장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관건은 2분기 성장률이다. 영국의 정보제공업체 IHS는 한국의 올해 1분기 GDP가 전 분기 대비 0.9% 감소하고, 2분기에도 0.7%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최근 "한국 경제가 상반기에 기술적 침체에 진입한 뒤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며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전 분기 대비 -0.6%, -0.9%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뒤 3분기와 4분기에는 0.9%, 0.8%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이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전기 대비 GDP 증감률은 2003년 1·2분기(각각 -0.7%·-0.2%) 이래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다. 이전 기록을 살피더라도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 4분기∼1998년 2분기가 유일한 경기침체 국면이란 분석이다. 1분기와 2분기가 모두 역성장하면 한국의 연간 성장률 역시 휘청일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 우려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감지되고 있는 양상이다.

로이터 조사 결과 경제분석기관 41곳 중 4분의 3이 세계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은 80%로 집계됐다.

JP모건은 "2∼4월 사이에 거의 모든 국가가 코로나19에 감염돼 글로벌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며 "역대 최장기간의 글로벌 확장세가 끝날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진단했다. BNP 파리바도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진입할 것은 확실하다"면서 향후 경제 회복의 시점 역시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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