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확대, 입증 책임은 '기업'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확대, 입증 책임은 '기업'
  • 김세헌 기자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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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위한 특별법' 9월 시행... 천식·폐렴도 배상
가해기업 반증 책임 강화... SK케미칼·애경 등에 추가 분담금 부과
1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전체 피해가정 대상 첫 조사결과 발표에서 피해자들이 특별조사위원회의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전체 피해가정 대상 첫 조사결과 발표에서 피해자들이 특별조사위원회의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의 피해를 구제할 때 범위가 폐질환 등 특정한 질환에서 모든 질환으로 늘어난다. 피해자의 입증책임도 완화되고, 기업이 가습기살균제가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은 더 강화된다.

23일 환경부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24일 공포 후 6개월 후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의 피해구제대상을 확대하고 소송에서의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요건을 완화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하미나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관은 "피해자를 조금이라도 더 도와드리고자 하는 법 개정안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위 법령 마련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회는 지난 6일 본회의를 열어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의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행법은 가습기 살균제 건강피해 인정 범위가 제한적이었지만, 개정안은 건강피해의 범위를 생명 또는 건강상 피해(후유증 포함)로 일반화했다.

가습기 살균제 노출과 생명·건강상 피해 간의 인과관계 추정 요건도 완화했다. 현행법은 생명·건강상 피해가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것으로 볼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어야만 피해 인과관계를 추정했으나, 개정안은 ▲가습기 살균제 노출 사실 ▲가습기 살균제 노출 이후 질환 발생·악화 사실 ▲가습기 살균제 노출과 질환 간 역학적 상관관계가 증명된 경우로 변경했다.

개정안은 아울러 구제급여와 특별구제계정으로 이원화돼 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지원체계를 통합하고 피해구제자금을 조성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법은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후 나타날 수 있는 피해 질환을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현행법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질환으로 폐 질환, 천식, 태아 피해, 아동·성인 간질성 폐 질환, 기관지 확장증, 폐렴 등을 특정하고 있다.

개정된 법이 적용되면 그동안 피해자로 구제받지 못한 질병을 앓고 있더라도 정부의 피해구제심의위원회 심사를 거쳐 피해자로 인정받으면 정부 지원을 받는 게 가능해진다.

피해자의 피해 입증 책임이 완화된 점도 개정안의 특징이다. 개정안은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후 질환이 발생하거나 악화하고 노출과 질환 발생 간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확인된 경우 피해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세 가지 요건을 만족하면 기업은 피해자가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시기와 정도, 생활 습관, 가족력 등을 파악해 질환이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아니라는 점을 반증해야 한다.

이는 입증 책임이 사실상 피해자에서 기업으로 전환된 것으로, 지금까지 환경 관련 소송의 대법원 판례와 비교해 획기적인 진전을 이뤄낸 것이라는 환경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노출로 천식, 폐렴, 기관지 확장증, 간질성 폐 질환 등을 앓게 된 피해자들도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리해질 전망이다. 이들 질환은 가습기 살균제 노출 외에도 흡연, 연령, 식생활 습관, 직업적 요인, 가족력 등 다양한 요인으로 발병할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그동안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만 피해자가 스스로 역학적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은 만큼 환경부 차원의 조사·연구와 전문가 심의를 거쳐 가습기 살균제 노출과 발병 간에 역학적 상관관계가 확인된 질환을 올해 안으로 고시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은 아울러 정부 재정으로 지원하는 '구제급여'와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 생산 기업의 분담금·정부 출연금을 더한 '특별 구제 계정'을 통합하기로 했다. 이에 특별 구제 계정을 받던 2207명(올해 1월 기준)은 법 시행과 함께 모두 구제급여 수급자가 된다.

구제급여 수급자(894명)와 달리 특별 구제 계정 수급자는 건강 피해 인정서를 받지 못해 소송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또 장해 급여를 신설해 건강 피해를 치료한 후 신체 등에 장애가 생긴 피해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피해 구제 자금의 고갈 우려가 생길 경우 책임 있는 기업에 추가 분담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가습기살균제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분석을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0년까지 SK케미칼이 만들고 애경이 유통시킨 가습기살균제 제품은 43개 종류, 총 998만여개가 판매됐다.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2016년 12월 인구(5170만)의 6.7%인 346만여 명이었다. 이 가운데 임신부 가족 342만여명과 7세 이하 아이 가족 등을 고려한다면, 총사용자는 401만 여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이후 건강피해가 발생해 병원치료를 받은 이는 약 23~26만여명, 과거질환이 악화돼 병원치료를 받은 이는 약 15~18만여명, 병원치료를 포기한 자는 약 11~12만여명 등 총 49~ 56만여명이 예상된다.

1.1~1.2%인 6138명이 피해자 신고를 했고, 607명만이 정부 인정피해자로 판정됐다. 즉 전체추정자 중 0.11~0.12%만이 피해자로 인정받았고, 기업기금(구제계정) 대상으로 인정받은 299명을 포함해도 0.16~0.18%인 906명만이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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