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지배구조 개선 등 조원태 체제 본격 시험대
3자 연합 '포스트 주총' 대비 한진칼 지분 매집 가속
조현아 '동생 옥죄기' 총공세..경영권 분쟁 2막 시작

한진그룹의 실질적인 지배인인 총수 이름에 오를 조원태 한진칼 회장. 조양호 전회장의 차기 동일인 명단에 오르는 조 회장은 상속세 부담으로 그룹의 보유지분 등이 미확정 상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사실상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1승을 거둔 것이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재계 안팎의 중론이다.

이미 조원태 회장에 맞선 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이 '포스트 주총' 대비에 나서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자 연합은 '포스트 주총'에 대비해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매집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이 1차 고비를 넘겼다고는 하지만 3자 연합의 주식 공동 보유 계약이 5년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경영권 분쟁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시각이 대체적이다.

현재 3자 연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KCGI 18.74%, 반도건설 16.90%,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등 총 42.13%다. 양측이 확보한 지분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만큼 향후 누가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해 지분을 끌어모으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이처럼 조원태 회장에 맞서는 3자 연합이 장기전을 예고한 만큼 조 회장의 경영 능력을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경영권 분쟁 2막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우선 재계 안팎에서는 한진그룹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 확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현재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국제선 운항 횟수는 90%가량 감소했으며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운항하지 못하고 공항에 주기된 상태다.

조원태 회장의 아이디어로 유휴 여객기에 화물을 실어 나르며 공항 주기료 감면 등 비용 절감을 꾀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손실이 막대한 만큼 고강도 자구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경영 정상화가 요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배구조 개선도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난 주총에서 이사회 구성과 소집 등에 관한 양측의 정관 변경 안건은 모두 특별결의사항 조건인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부결됐다. 양측 모두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내세웠지만, 정관 변경안도 이사 선임안과 마찬가지로 표 대결 양상으로 진행됐다.

3자 연합은 특히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되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이사 자격 강화 안과 이사회의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결의로 선임하는 안을 내놨지만 주총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진칼 이사회도 당초 대표이사가 맡도록 한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안 등을 내놨지만 전부 부결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한진그룹이 국민연금 등의 표심을 얻기 위해 명분 쌓기만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 만큼 조원태 회장이 향후 지배구조 개선에 얼마나 의지를 갖고 추진할지도 관건이다.

3자 연합은 일단 한진칼 지분 매입을 지속하며 경영권 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KCGI는 지난 25일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한진 주식을 처분해 확보한 실탄 151억원을 한진칼 지분을 늘리는 데 쓸 것으로 보인다. 반도건설 역시 여유 자금이 충분한 만큼 한진칼 지분 매집에 더 나설 전망이다.

현재 3자가 1월 31일 지분 공동 보유 계약을 맺은 뒤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해 경쟁 제한 등에 대한 공정위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최근 한진칼 지분을 15% 이상으로 늘린 반도건설은 따로 더 심사를 받아야 하는 부담이 없는 만큼 지분 매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주총에서 3자 연합이 내세웠던 '김신배 카드'를 포함해 이사 후보 전원의 선임안이 부결되며 단 한명도 이사회에 입성하지 못한 만큼 장기전을 위한 추가 동력을 얻기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3자 연합이 그동안 조원태 회장의 '경영 실패'를 수차례 강조했지만, 주주들은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 상황을 해결할 수장으로 조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결국 조원태 회장이 외국계 기업 등을 접촉해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서는 등 당분간 양측의 지분 확보를 위한 경쟁은 지속할 것이란 시각이 일반적이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