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신세계ㆍ롯데백화점 등 봄 정기 세일
재고 소진 등 이유 내세우지만 추가 방역 대책은 없어
"기대만큼 집객 이뤄지지 않을 것"…궁색한 변명만 내놔
서울시, 종교 집회 등 불허…정부 대책과 엇박자

코리아세일페스타가 개최일인 28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이날부터 다음달 7일까지 열리며 350여개 기업이 참가해 최대 80% 까지 할인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백화점 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봄 정기세일 행사를 강행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타격을 입은 매출 회복에만 급급해 특별한 대책 없이 진행돼 '안전 불감증'이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세일 행사 기간에는 평소보다 소비자가 많이 몰리기 때문에 감염병 확산 우려가 높아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 백화점 3사는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마케팅 방안을 마련하면서도 정작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한 특별 대책은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 신세계, 롯데백화점 등은 오는 3일부터 19일까지 봄 정기 세일을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백화점 봄 정기세일은 3월 말에 진행돼지만 올해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침체되면서 일정이 늦춰졌다.

일정을 늦추면서도 행사를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협력사의 재고 소진 등 경제적인 면을 내세웠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파트너사의 숨통을 트여주고 코로나19로 침체된 소비 심리를 살리고자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백화점 업종의 지난 2월 매출액은 전년동월보다 21.4% 낮아졌다. 3월 매출도 최대 35% 감소될 전망이다. 소비심리도 얼어붙어 입점 브랜드 물량이 쌓여가고 계절 상품의 경우 기간이 지나면 판매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백화점 업계는 정기세일 기간 동안 이벤트나 행사를 진행해 '코로나 블루'로 침체된 소비 심리를 살리겠다는 각오다. 롯데백화점이 준비한 이벤트는 '1일 1온'과 '요즘 식탁 챌린지'다. '1일 1온'은 세일 기간 동안 메시지를 남긴 고객 중 3명 선정해 '모바일상품권 5만원권'을 지급하는 이벤트다. '요즘 집밥 챌린지'는 공식 SNS채널에서 제안된 식재료를 활용해 만든 요리를 인증하는 이벤트다.

신세계백화점은 '골프페어', '메종 드 신세계' 등 매출이 보증된 주력 대형행사를 준비했다. 단 골프페어에서는 시타와 관련된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골프샵 직원이 직접 시타를 체험하게 도와주다 보니 신체적 접촉이 많을 수밖에 없어 이를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현대백화점은 고객이 원하는 때 사용 가능한 쇼핑 쿠폰을 증정해 '집객형 마케팅' 대신 '분산 쇼핑' 유도할 계획이다. 사은 데스크 운영을 최소화하고 상품권을 매장에서 포인트로 즉시 적립 가능한 '주·머니' 서비스를 활성화한다.

이처럼 소비를 위해 준비된 마케팅은 다양하다. 그러나 대형 백화점 3사들이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해 새롭게 내놓은 방역 대책은 없다. 상시 방역, 주요 입구 열 감지 카메라 설치, 매장 내 손 소독제 비치 등은 모두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될 때부터 이미 시행돼 왔다.

특별 방역 대책을 실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기대했던 만큼 집객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행사장을 방문하는 소비자가 이전 행사 때 보다 줄어들 전망이라 기존 방역 업무를 철저히 하는 데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몇 주 사이 나들이객이 늘어나는 등 소비심리가 풀리고 있어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면서도 행사장에 소비자들이 몰리지 않겠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집객이 이전 수준처럼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작 백화점에 방문하는 소비자들은 코로나19가 잠잠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봄 정기 세일 행사를 진행하는 건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세일 행사장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 30대 여성 소비자는 "최근 외출이 늘어난 만큼 세일 행사장에도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것"이라며 "소비심리가 몇 주 사이 풀렸다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행사를 진행했다가 감염이라도 일어나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40대 여성 소비자는 "집객이 어느정도 된다는 가정하에 행사를 진행할텐데 집객이 이전 수준에 미치지 않아 특별히 방역 업무를 늘리지 않았다는 설명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매장 내 직원들도 불안하기 마찬가지다.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A씨는 "매출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지금같은 상황에서 고객들이 많이 방문한다고 마냥 반가울 수는 없다"며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고객들을 보면 걱정부터 앞선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시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앞세워 대규모 종교집회 등에 대한 강력한 제재 방침을 밝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파가 몰릴 가능성이 높은 백화점 세일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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