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 여파 전체 실적 견인 반도체 하락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표기업 먹구름
코로나19 충격 탓 올해도 실적 전망 '흐림'

코스피가 1일 3.9% 급락하며 1,680대로 밀려났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18포인트(3.94%) 내린 1,685.46에,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7.23포인트(3.03%) 내린 551.84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3.1원 상승한 1,23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코스피가 1일 3.9% 급락하며 1,680대로 밀려났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9.18포인트(3.94%) 내린 1,685.46에,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17.23포인트(3.03%) 내린 551.84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3.1원 상승한 1,23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583개사의 지난해 수익성이 1년 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이 매우 부진한 데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올해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이 짙게 낄 전망이다.

1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코스피 상장사 583곳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전년보다 0.47% 증가하는 데 불과했다.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7.04%, 52.82%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5.09%,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2.61%로 각각 전년 대비 3.03%포인트, 2.95%포인트 내려갔다. 1000원짜리 상품을 팔아 51원가량 영업이익을 내고 이 중 손에 쥔 돈은 26원에 불과한 것이다.

업종별로 보면 섬유·의복(137.23%), 건설업(78.64%), 운수 장비(51.12%) 등 6개 업종의 순이익은 늘어났다. 이와 달리 전기·전자(-64.75%), 화학(-60.45%), 종이·목재(-55.85%) 등 9개 업종은 순이익이 줄었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이 급감한 데는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급감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8.02% 줄었다. 이는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 감소폭(37.04%)보다는 작았다.

SK하이닉스 역시 전년 대비 87% 하락한 2조71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7년만에 최악의 실적을 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순이익 순위는 2018년 삼성전자에 이은 2위에서 지난해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에 밀린 4위까지 하락했다. 업종별로 당기순이익이 가장 크게 감소한 분야도 반도체를 포함한 전기전자(-64.75%)였다.

코스닥 기업은 외형이 성장하고 영업이익도 개선됐지만, 순이익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와 코스닥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12월 결산 코스닥 상장사 946곳의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8.39%, 4.63% 증가했다. 단순이익은 10.47% 줄었다.

코스닥에서 정보기술(IT) 업종(357개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9.58%, 4.69%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6.55% 감소했다. 비(非) IT 업종(589개사)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72%, 4.57% 늘고, 순이익은 14.22% 줄었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체로 올해도 상장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특히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으로도 급속히 확산함에 따라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서, 실적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달 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이 일어났다면, 이젠 실물부문으로 타격이 확산되면서 실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 9%, 2분기 34%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3분기에는 경제활동이 빠르게 되살아나면서 19%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미국과 유럽 등의 경기 침체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0.1%로 낮췄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0.6%까지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국책연구원장들과의 긴급 간담회에서 "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수출 역시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수출은 2월 플러스 전환에도 글로벌 수요 둔화로 낙관하기 힘든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유가 하락도 우리 경제와 수출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한국 산업의 주력인 반도체 업종에도 실적 둔화의 암운이 번지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하반기까지 메모리 가격 강세를 점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내 중론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가 국내 경기를 결정지을 가장 큰 요인"이라며 "코로나19 확산이 언제쯤 둔화될지에 따라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향방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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