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미확인된 기타법인, 대림산업 주식 약 4.5% 매수
오너 지배율 낮은 대림산업, 한진칼처럼 경영권 분쟁 가능성

서울 종로에 위치하고 있는 대림산업 본사 전경.
서울 종로에 위치하고 있는 대림산업 본사 전경.

대림산업의 지분 약 4.5%를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기타법인’이 매수했다. 대림산업은 오너 일가와 지주사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배력이 비교적 낮은 기업이다. 이에 이번 주식 매수가 ‘한진칼’ 사태처럼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일 증권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미확인된 기타법인이 대림산업의 지분을 3월 한 달 동안 4.5% 가까이 사들였다. 기타법인에서 지난달 매집한 대림산업 주식은 약 158만주로 금액은 942억원에 달한다.

이를 두고 ‘한진칼 사태’에서 경영권 분쟁에 적극 참여한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가 기타법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KCGI는 지난해 하반기에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6%를 인수하면서 2대 주주에 오른 바 있다.

KCGI는 대림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KCGI는 “이번 매수는 KCGI가 아니다”라면서 “현재 대림산업 경영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밝혀지지 않은 기타법인의 이번 대림산업 지분 매입이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2019년말 기준으로 대림산업의 최대주주인 대림코퍼레이션은 지분율이 비교적 낮다. KCGI와는 달리 ‘제3세력(기타법인)’이 대림산업 지분을 매입해 직접적으로 경영권 참여에 나설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김승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림코퍼레이션 및 특수관계인의 대림산업 지분이 23.1%로 경영권 이슈가 충분히 붉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분석했다.

또 대림산업 지분 중 국민연금 12% 가량을 갖고 있고 외국인 보유 비율(약 43%)도 높다.

대림그룹 지배구조를 정리하면 지주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이 핵심 계열사 대림산업 지분 21% 가량을 보유한 최대 주주다. 대림산업이 대림건설(삼호와 고려개발의 합병사), 대림씨엔에스, 대림자동차공업, 글래드호텔앤리조트 등 계열사를 거느린다. 오너인 이해욱 회장이 대림코퍼레이션 최대 주주로 지분 52.3%를 보유한 형태다.

이러한 지배구조 탓에 대림코퍼레이션과 오너가가 지닌 대림산업 지분율이 낮아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아직 기타법인의 매입 목적이 경영권 분쟁이냐, 단순 투자이냐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앞서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 매입 시 기타법인을 통해 매입했던 사례가 있어 논란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대림산업 측은 지분매수에 대한 대응 및 입장 발표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관련 공시가 나오기 전까지 매수자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기타법인에 대해 파악하기 어려워 특별한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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