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명을 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올해 초 전문가들이 4월중에 확진자가 1만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 얼추 맞아 떨어진 셈이다. 다만 급속하게 확장되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는 확진자 추이 그래프가 완만해지고 완치비율도 높은 편이니 조만간 코로나19 사태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대구에서의 집단감염 사태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던 것을 기억한다. 국가재난 상황에서 이득을 노린 마스크 사재기 장사꾼을 봤고, 품귀 현상이 빚어진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길게 늘어선 줄도 봤다. 유·초·중·고의 개학 연기 사태를 봤고 '온라인 개학'이라는 낯선 사태에 직면했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기억한다. 너나 할 것 없이 대구로 달려가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며 검역과 치료에 매달리는 의료진들의 헌신을. 제대로 된 휴식 시간이나 공간도 없이 방호복을 입은 채 탈진해 쪽잠을 자는 의사들의 모습을 봤다. 의료용 마스크와 고글을 장시간 착용한 탓에 콧등과 뺨이 짓물린 그들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그 짓물린 피부가 미처 아물 새도 없이 밴드를 붙인채 다시 '전투'에 임하는 자세를 봤다.

어느 외신은 의료진 얼굴에 붙은 이 밴드를 '영광의 배지'라고 표현했다. 한국의 방역시스템과 사회적 연대를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본받을 만한 나라'라고 보내는 찬사에 우리가 쑥스러워 할 이유가 없다. 선대의 조상은 우리에게 자학이 아닌 국난극복의 슬기를 물려졌다. 

영광의 배지는 이들 의료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의 감염 환자를 수송하는 바지런한 전국 119 소방대원들과 함께 혼란스러운 병원 안팎에서 잡일을 도맡은 자원봉사자와 군인들에게도, 기부용 면 마스크를 만드느라 열심히 재봉틀을 돌리는 부녀회 아주머니들에도, 몇 개 안 되는 마스크라도 나눔에 동참하고자 기부하는 어느 익명의 시민에도, 동전을 모은 돼지저금통을 내놓은 어린아이의 고사리손에도 모두 보이지 않는 영광의 배지가 붙어있다.

어수선한 시국의 한켠에 영광의 배지를 갈구하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 엄지 손톱만한 크기에 불과하지만 절대반지처럼 가공할 권력을 가진 배지. 잘 쓰면 소중한 예물이지만 못쓰면 퇴물이 되는 요물같은 이것, 바로 금배지다. 거리에서, TV에서, 인터넷에서 한 표를 호소하는 후보의 진짜 얼굴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그들의 공약이 '마음의 소리'인지 '가면의 고백'인지 모른다. 그들이 경외와 찬사의 대상이 될 지, 비난과 분노의 타깃이 될 지도 아직 모른다. 영광의 배지 주인은 4월 15일 투표에 의해 가려진다. 국민들의 슬기가 투표소에서도 발휘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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