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보다 무서운 '감원', 항공사 코로나 구조조정 본격화
감염보다 무서운 '감원', 항공사 코로나 구조조정 본격화
  • 김세헌 기자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20.0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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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무급휴직 의무화...아시아나도 전직원 15일 이상
이스타항공, 45% 감원 추진...항공사 첫 대규모 구조조정
정부 유동성 지원에도 난항...대규모 정리해고 가능성 제기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pandemic)으로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2일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 센터에 집기가 쌓여있다. 대한항공 제공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pandemic)으로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2일 대한항공 인천 기내식 센터에 집기가 쌓여있다. 대한항공 제공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국내 항공업계에 인력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항공업계 전반으로 불어닥치는 경영난을 일부 만회하기 위해 내린 조처이지만, 이른바 '셧다운(shutdown, 일시적인 부분 업무정지 상태)' 위기에 직면하면서 임금 반납과 유·무급 휴직에 그치지 않고 대대적인 감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형항공사에서는 대한항공 외국인 조종사 전원이 이달 1일부터 3개월간 의무적으로 무급 휴가에 들어갔다.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는 387명(기장 351명, 부기장 36명)의 외국인 조종사는 오는 6월 30일까지 의무적으로 무급 휴가를 갖는다. 이 중 60여명은 지난달부터 자발적인 무급 휴가에 들어갔지만, 이달부터는 전원 의무적으로 무급 휴가를 가야 한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연차 미소진자나 장기 근속자를 상대로 단기 휴직을 시행한 적은 있으나, 특정 업종 근로자 전원을 강제로 쉬게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항공 업황 부진에 따른 다양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비상계획)을 현재 논의 중이다.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한 급여 삭감과 순환 휴직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생존을 위한 특단의 자구책을 실시한다. 이달부터 무급휴직을 늘려 절반의 인력으로만 운영하고 임원의 급여를 60% 반납하는 등 한층 더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했다.

이에 모든 직원은 이달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 휴직에 들어간다. 이는 모든 직원이 최소 10일 이상 무급휴직을 실시했던 지난 2월보다 더욱 강화된 조처로, 휴직 대상도 조직장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지난달 16일부터 운항이 중단된 A380(6대) 운항 승무원은 고용유지 조치의 일환으로 유급 휴직에 들어갔다. 현재 코로나19로 국제 여객 노선이 공급좌석 기준 85% 축소됐으며 4월 예약률도 전년 대비 90%가 줄어든 상태다.

저비용항공사(LCC)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최근 한달간 '셧다운'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은 직원의 절반을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근로자 대표와 회의를 열어 이런 방향을 전달했으며 이를 전 직원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사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타항공 사측은 기재 운용 등을 따져봤을 때 현재 필요 인력이 930명 정도라고 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직원수가 1680명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45%인 750명 정도를 구조조정하는 셈이다.

사측은 일단 조만간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뒤 신청자 수가 구조조정 목표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해당 인원만큼을 정리해고하는 방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리해고 시점은 다음 말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30일 1∼2년차 수습 부기장 80여명에게 이달 1일자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을 통보하기도 했다. 이미 유동성 부족으로 임직원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했으며 3월에는 아예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기도 했다.

국내 항공사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례 없는 운항 차질과 여객 수요 감소로 인한 외형 축소가 불가피하며 고정비 부담이 심해져 1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항공사들은 정부 지원과 항공사 자구책을 통해 위기를 넘겨도 부채 비율이 상승하고 이자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항공기 운항률은 10% 내외다. 국내 항공사들은 상반기에만 6조3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지난 1일부터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간 자가격리 시행에 들어가 사실상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아울러 3일부터 일본의 한국 전역 입국 차단 방침에 따라 한·일을 오가는 항공기가 전면 멈춰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미 여러 차례 살릴 기회가 있었지만 정부의 유동성 지원이 적기에 이뤄지지 않은 탓에 결국 대규모 정리해고에까지 이르게 됐다"며 "향후 이스타항공과 같은 사례가 더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불가피하게 전 직원 무급 휴직 확대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된 것이나,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 체제가 향후 언제까지 지속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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