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칼럼] "그림의 떡" 돈줄 막힌 소상공인의 코로나19 절규
[통일로 칼럼] "그림의 떡" 돈줄 막힌 소상공인의 코로나19 절규
  • 이호연 선임기자 (leehoyon84@daum.net)
  • 승인 2020.0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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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벼랑에서 버틸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데...”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 폐업 일보직전인 자영업자 김 모씨(60)는 문재인 대통령의 비상경제 특단 조치가 ‘깜깜 먹통’이라며 울화병이 치민다고 한탄한다.

“최저임금도 오르고 경기악화로 장사도 잘 안 돼, 지난해 3분기부터 은행 대출이자와 부가세도 제때 내지 못했다”는 그는 “올해 악착같이 벌어 은행 빚도 갚고 세금도 낼 생각이었는데, 코로나19가 터졌다”

초유의 자연 재앙 코로나19로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매출이 급감하고 돈줄마저 막혀 21세기 공황이 따로 없는 상황에서 매마른 하늘을 탓할 수 없었던 이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사태에 내놓은 경제특단 조치는 가뭄에 단비였다.

‘그림의 떡.’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면서 “충분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신속하고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면서 현장에서 특단조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음을 걱정한 발언이다. 대통령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한계상황에 처한 소상공인들이 대출을 받으려 여러 곳 발품을 팔다 포기하고 돌아서면서 내쉬는 깊은 한숨소리가 지금도 귓전을 때린다. 자칫 이들이 삶을 포기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런 현상들이 왜 발생하고, 문제를 해결할 궁극적인 대책은 없는 것일까.

문 대통령 '그림의 떡' 현실로

문재인 대통령은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서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의 도산 위험을 막고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50조원 규모로 특단의 비상금융조치를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민생 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인 비상경제조치는 전례 없는 포괄적인 금융지원 내용과 절차를 담았다.

돈줄이 마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직격탄을 맞은 대구시 소상공인의 긴급 자금 대출 상담 장사진. (연합뉴스)
돈줄이 마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직격탄을 맞은 대구시 소상공인의 긴급 자금 대출 상담 장사진. (연합뉴스)

아마도 십중팔구의 영세사업자들은 예외 없이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신용등급에 따라 1000만~30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한 푼이 아쉬운 소상공인들은 반색했다. 새벽부터 줄을 서 기다리면서도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는 하늘이 무너질 듯 안타까운 심정으로 돌아서야만 했다.

누구를 원망해야 할 것인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여러 차례에 걸쳐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코로나 19관련 여신취급에 대해 향후 검사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신이나 보증서 발급 실무자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먼발치에 떨어져있는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아니다. 내부규정에 따른 인사 상 불이익이다.

위중한 현실과 기득권의 엇박자

결국 은행 등 금융회사의 여신심사기준이 바뀌거나 보증기관의 보증서 발급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민간금융회사의 경영진은 주주들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에, 여신규정을 바꿀 수 없다. 이러니 창구 앞에서 현장 담당들에게 아무리 하소연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

결국, 기댈 곳은 공적기관밖에 없다. 하지만, 공적기관의 실무자들도 내부 규정을 거스를 수는 없다. 매뉴얼을 따르지 않으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대출 규정이나 지역보증재단의 보증서 발급 기준을 바꿔야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현행 규정에 정책자금 직접 대출이나 보증서 발급 대상에 국세나 지방세 체납 사실이 있으면 적용대상이 아니다. 신용불량자는 물론 기존 금융권 대출을 연체 중인 사람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여신 금지업종도 적용대상이 아니다.

소득 하위 70%에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문재인 대통령 주재 3차 비상경제회의. 문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고통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차 회의에서 "경제 난국을 헤쳐 나가려면 더 많은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코로나19사태가 통상적 상황이 아닌 만큼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다"고 강조했다.
소득 하위 70%에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문재인 대통령 주재 3차 비상경제회의. 문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고통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차 회의에서 "경제 난국을 헤쳐 나가려면 더 많은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코로나19사태가 통상적 상황이 아닌 만큼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다"고 강조했다.

공적기관이라고 쉽게 내부규정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부처 내부 감시 기능도 복잡하게 얽혀있고, 실정법 위반 등의 사유로 감사원의 감사도 받아야 하고, 예산결산 심사 등과 관련해 국회의 감시 기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든 상황이 실타래처럼 엉켜있기에 결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국세청, 팔짱을 낄 수밖에 없다?

혹자는 향후 납부할 국세청이 세금납부를 유예시켜 주기 때문에 대출이 가능한데, 과거의 세금체납이 발목을 잡아 대출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관련법과 국세청 내부 사무처리규정 때문에 현행법을 바꾸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세징수법 제17조에 따르면, 국세청은 고지된 세액이나 독촉을 받은 세액도 납부기한을 정하여 징수를 유예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국세징수법 제7조의2에 의하면, 공익(公益)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로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5호에 따른 신용정보회사 또는 같은 조 제6호에 따른 신용정보집중기관 등에 체납자의 인적사항 및 체납액에 관한 자료를 요구한 경우에는 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특단의 필요 조치 바로 지금

현행 국세기본법 제29조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이 당장이라도 제공할 수 있는 임차보증금이나 주택은 납세담보 담보 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체납사실이 있더라도, 자영업자의 임차보증금이나 주택을 담보로 제공받고 체납정보를 금융회사나 신용보증기관에 제공하지 않도록 해 한계상황에 처한 소상공인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금융회사의 연체 채권에 대해서도 동일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정부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경우라면 21대 국회 개원을 기다려야 하겠지만, 행정입법 개정을 통해 해결 가능한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사실 올해 빚을 더 내거나 집을 담보로 잡아서라도 가게를 유지할 생각이었다”

그런 김씨는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를 규제, 금융권이 돈을 빌려주지 않아서다.

“집은 주소가 내 집일뿐이지 실질 소유자는 은행이지요” 임차 상가로 임대료도 내지 못할 상황인 김씨뿐만 아니라 내리막 경기에도 불구, 일자리를 창출해온 소상공인, 중소기업인들의 상당수는 급여와 시설비 마련 등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총선 다가올수록 하늘을 찌르는 절규

이들에게 코로나19는 날벼락이고 직격탄이다.

“연체 대출이자와 세금의 탕감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 살아나서 갚을 수 있도록 유예만이라도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자영업자의 절규는 4·15총선이 코앞인 현재, 갈수록 하늘을 찌른다. 감원은 대기업만이 아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중소기업은 한솥밥 먹는 수많은 종업원과 직원을 길거리로 내몰 상황이다. 일자리 해결은 커녕 고용 위기에 몰린 코로나19 경제의 실업 비상은 초읽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비말처럼 퍼지기 일보직전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분명 과거 어느 때보다도 위중한 상황이다. 극단적인 처방이 긴요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 76조에, “대통령은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에 한하여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하여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청와대는 대한민국 헌법 제76조에 따라 긴급명령을 발동에 나서야 한다. 지금은 준 전시상황 이상이다.

“필요하면 규모도 더 늘려나갈 것입니다.” 비상경제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비장한 발언이다. 추가 후속 조치를 마련할 때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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