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항공업 이어 쌍용차까지 'SOS'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환경 급속도로 악화
산업전반·고용효과 커...회생지원 고민 '가중'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현대중공업과 KDB산업은행의 본계약 체결식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렸다. KDB산업은행 이동걸(왼쪽) 회장이 현대중공업지주 권오갑 부회장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지난해 3월 8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현대중공업과 KDB산업은행의 본계약 체결식에서 산업은행 이동걸(왼쪽) 회장이 현대중공업지주 권오갑 부회장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위기 때마다 기업 구조조정 지원 역할을 했던 산업은행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산중공업과 항공업계에 이어 쌍용자동차까지 생사기로에 놓이면서 산업은행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진 모습이다.

산업은행은 두산중공업과 저비용항공사(LCC)에 1조 가까운 자금 투입을 예고한데 이어 쌍용차 역시 산은에 긴급구조(SOS) 신호를 보내고 있는 양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과 실물경제에 복합적인 위기가 도래하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고심이 깊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은 당초 쌍용차에 투입키로 했던 23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밝혔다. 단 쌍용차가 대안을 찾는 동안 사업 운영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향후 3개월간 최대 400억원만 지원할 방침이다.

쌍용차는 당장 오는 7월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부터 해결해야 하는 처지다. 쌍용차가 산업은행에 대출받은 금액은 약 1900억원으로, 이 가운데 1000억원은 작년에 시설투자 명목으로 대출이 나갔고 만기는 오는 2024년이다. 나머지 900억원은 오는 7월까지 갚아야 한다.

산은이 만기 연장 등의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면 쌍용차는 정상화 9년 만에 다시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처지에 놓이게 된다. 쌍용차의 지난해 말 기준 단기 차입금은 총 2541억원, 장기 차입금은 1587억5000만원에 달한다.

산은의 지원 여부에 따라 쌍용차의 운명이 갈리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문제는 산은이 무작정 지원에 나설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2대주주였던 한국GM과는 달리 산은은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일 뿐,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아울러 이번 쌍용차 사태는 산은이 대기업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해온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을 비롯해 이해관계자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정상화 방안 등 3대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1월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 방한 당시 이동걸 산은 총재는 이 3대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마힌드라의 이번 신규 투자를 거부 결정은 이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은은 최근 두산중공업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 1조원을 결정했고, 코로나19 이후 최악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LCC에도 3000억원 규모의 지원에 나서고 있다. LCC 외에도 항공업계 전체가 산은의 자금 지원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하늘길이 끊긴 데다 남은 노선의 여객 수요 급감, 환불 급증 등으로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산은이 지원 여력은 물론 사실상 대주주마저 손 뗀 쌍용차 지원에 나선다면 논란은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특히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의 지원은 대기업 특혜 시비가 있는 만큼 더욱 고심하는 모양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전후방 연관 효과와 고용효과가 큰 이들 산업이 무너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산은이 마냥 외면할 수도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산은은 현재로선 원칙과 기준에 따라 최대한 신속히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