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 롯데푸드 300억원 매수 주문...첫 매입 결정
손병두 "대기업은 시장에서 먼저 자금 조달 시도해야"

사진=연합뉴스

채권시장에서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조성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300억원대 롯데푸드 회사채 매수주문을 내며 첫 행보를 시작했다.

이달 2일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채안펀드가 회사채 매입을 결정한 것은 롯데푸드가 처음이다.

다만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 대기업에 비해 자본시장에서 상대적 열위를 보이는 이들을 위해 이 펀드가 설립된 만큼 대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채안펀드는 전날 신용등급 'AA'인 롯데푸드의 3년 만기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해 300억원어치 매수 주문을 넣었다. 수요예측에는 채안펀드를 비롯해 우정사업본부, 일본 미즈호은행 등이 매수 주문을 냈다.

애초 롯데푸드는 7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날 수요예측 참여 금액이 1400억원 가까이 모집되자 당초 예정보다 많은 1000억원을 발행키로 했다.

발행 금리는 민간평가사 고시 금리(민평)보다 30bp(1bp=0.01%포인트) 높게 결정됐다. 이에 따라 롯데푸드의 회사채는 발행 하루 전인 오는 12일 기준 'AA' 신용등급의 평균 민평 금리에 30bp를 가산한 금리로 발행될 예정이다.

롯데푸드의 회사채의 금리는 민평 금리보다 다소 높은 수준에서 결정됐지만 기존에 모집하려던 금액보다 2배 많은 매수 주문이 들어와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다른 기업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기아자동차와 호텔신라, 롯데칠성음료, LG CNS 등도 이달 중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안펀드는 총 20조원 규모로 조성될 계획이며 1차 자금 요청(캐피털 콜)으로 3조원을 우선 조달했다. CP(기업어음)와 회사채권 매입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 위주로 자금을 집행하는 것이 이 펀드의 조성 취지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 내부에서도 중소·소상공인 등에 비해 비교적 자금여력과 신용여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이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 2일 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소상공인·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 등이 정부의 지원프로그램을 이용하려는 경우 내부 유보금, 가용자산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1차적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 지원에 기대 손쉽게 자금을 융통하려는 대기업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기업들이 먼저 거래은행이나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시도해 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내부에서도 같은 맥락의 얘기가 흘러나온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정말 어려운 분들은 가만히 있는데 대기업이나 금융사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큰 상관이 없는 쪽에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가진 재원이 한정적이고 최근 발표한 100조원 상당의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은 기본적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약자들을 위한 것"이라면서 "대기업이나 금융사는 시장에서 먼저 자금 조달을 시도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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