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모빌리티 그룹 도약 VS 항공업 난관에 모기업 '벼락'
HDC현산 “맥킨지에 보고서 요청한 바 없다”

맥킨지가 ‘아시아나 인수 말라’는 의견을 HDC현산에게 권고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진행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진행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가 HDC현산 의뢰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평가보고서를 제출했다.

다만 HDC현산은 맥킨지 보고서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HDC현산 관계자는 “맥킨지와 관련해 보고서를 요청하거나 자료를 전달 받은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항공업계는 맥킨지가 지금까지 내놓았던 보고서와 현재 글로벌 항공업계 상황을 대략적으로 추리해봤을 때 평가보고서 내에서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항공업황 반등 시 HDC현산의 자산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업이 합쳐져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항공업 업황이 최악으로 치닫을 수 있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 항공업 반등 시 "모빌리티그룹 도약" 시너지 기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HDC그룹을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선정 전부터 정 회장은 경쟁사인 애경그룹보다 1조원 많은 2조5000억원을 적어낼 정도로 통 큰 베팅을 했다. 정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의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기자회견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HDC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HDC는 항공업 뿐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 HDC그룹이 가진 역량에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을 합쳐 글로벌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정 회장의 비전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발언이다.

당시에도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항공업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각각 전년 동기대비 적자 전환했고 부채비율 또한 900%에 육박했다.

이에 정 회장은 "2조원대의 신주 발행을 통해 부채비율을 300% 미만으로 떨어뜨려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정 회장은 "경제가 어렵고 더 어려워질 거라고 하지만 그럴 때가 가장 좋을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이렇듯 정 회장이 강력하게 인수의지를 밝혔으나 당장 항공업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줄곧 등장하고 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HDC산업개발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HDC산업개발

◇ 항공업 침체에 모기업 HDC현산 벼랑길 우려

문제는 지난해보다 더 항공업 침체가 심화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항공업 침체로 인수자인 HDC현산까지 동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HDC현산은 이미 코로나19로 불황에 빠진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해 왔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부채비율도 급증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추가 투자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2조5000억원 가량에 인수 계약한 아시아나항공이 항공업 불황으로 시가총액이 6000억원대로 급락하며 자산 가치가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어려움에 봉착하자 HDC현산 측은 최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차입금과 관련해 지원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 하락으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에 부담을 느낀 HDC현산이 은행에 대규모 여신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HDC현산은 지원 요청을 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악화된 상황을 고려할 때 자금 지원요청은 충분히 예상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다.

이 와중에 아시아나항공은 정정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납입일을 변경했다.

매각대금 납입에 따른 이견, 유상증자 일정 변경 등이 나오면서 HDC현산이 인수 계약금 2500억원을 포기하고서라도 인수를 중단할지 아니면 강행할지를 결정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 조선업 진출을 추진하다 계약을 포기했던 한화그룹의 사례와 비슷하다.

한화그룹은 지난 2008년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다 금융위기가 오자 인수가의 5%를 일부 돌려받는 수준에서 인수를 포기했다. 한화와 HDC현산은 금융위기, 코로나19라는 악재와 인수 선언 후 자금악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HDC현산의 주력산업인 건설업 경기가 침체를 맞았고 무리한 인수를 추진해 그룹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어쨌든 코로나19가 글로벌 항공업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해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승자의 저주'로 작용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룹을 기사회생시키는 정몽규 회장의 승부수가 어떻게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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