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대 은행 대출 20조 늘어... 대기업대출 8조 증가 영향
주택담보 4조6천억, 신용대출 2조2천억 등 가계대출도 '급증'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은행을 찾은 시민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은행을 찾은 시민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지난 3월 한달간 주요 5대 은행의 원화대출이 20조원 가까이 급증하며 역대급 증가세를 보였다. 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짐에 따라 기업 대출은 물론 가계대출도 급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3월 원화대출 잔액은 1170조7335억원으로 전달보다 19조8688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원화대출이 10조원 이상 늘어난 경우는 지난달을 제외하고 2015년 10월(14조2840억원)과 11월(13조199억원), 2019년 10월(10조4353억원) 등 단 3차례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서 원화대출은 1월에 5조2775억원, 2월에 5조5320억원으로 매달 5조원 가량 늘어났다.

원화대출 중에서는 기업대출의 증가세가 뚜렷했다. 기업대출의 3월 증가액이 13조4568억원으로 전월(3조6702억원)의 4배에 육박한다. 특히 대기업 대출이 8조949억원이나 불어난 영향이 컸다. 대기업은 통상 회사채와 같은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일이 많지 않다.

그동안 대기업 대출의 증감 규모는 커봐야 2조원 안팎이었다. 코로나19 확산에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대기업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에 설정해 둔 은행 한도성 거래여신을 실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소기업 대출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권에서 대출 문턱을 낮추면서 전월 대비 5조3619억원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무려 2조7755억원 급증했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달에 6조6801억원 늘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한창이었던 2015년 11월(10조1822억원) 이후 4년 4개월 만의 최대치였다.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지난달 4조688억원이나 증가했다. 2015년 12월(5조6238억원)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진정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은 1월에 1조2557억원, 2월에 9564억원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이는 주택 구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려 전세자금이 많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로 생활안정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요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목적이 주택 구입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소상공인들은 개인사업자 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로도 필요한 돈을 구하곤 한다. 개인신용대출이 3월에 2조2408억원이나 늘어난 점은 경기침체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통계를 찾아볼 수 있는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었다. 5대 은행의 개인신용대출이 2조원 넘게 증가한 사례는 2018년 10월(2조1171억원)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신용대출이 많이 늘어난 데에는 주식 하락장에 상승을 기대하고 들어가는 '개미' 투자자가 증가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기록적인 매도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매도 물량을 개인이 고스란히 받아주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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