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0대 기업, 2분기 만기도래 15조원 육박
연말까지 37조4000억... 4월에만 6조5495억
재무구조 취약 한계기업, 자금조달 압박 '가중'

 

'코로나19' 충격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자금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국내 500대 기업의 올해 남은 기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37조4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40% 수준인 14조7545억은 2분기에 갚아야 한다.

8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334개 기업 가운데 234곳의 지난해 말 기준 회사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300조7444억원으로 집계됐다. 334개사 중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은 80개사와 세부 명세가 일치하지 않은 20곳은 빠졌다.

이들 기업의 회사채 중 연내(4∼12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37조4607억원이다. 연내 만기가 되는 회사채 가운데 39.4%(14조7545억원)는 오는 6월 말까지 갚아야 하며, 12조3146억원은 3분기에, 10조3916억원은 4분기에 상환해야 한다. 

21개 업종 중에서 6월 말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가 가장 큰 업종은 공기업으로 3조5262억원으로 집계됐다. 석유화학(1조2930억원)과 조선기계설비(1조2570억원), 여신금융(1조2300억원) 등도 1조원을 넘었다.

이어 유통(9853억원), 증권(7100억원), 서비스(6500억원), 식음료(6280억원), 건설 및 건자재(6272억원), 자동차 및 부품(5820억원), IT전기전자(5819억원), 상사(4600억원), 지주(4500억원), 철강(4200억원), 운송(4137억원), 생활용품(3701억원), 에너지(2700억원), 제약(1400억원), 통신(1100억원) 등의 순이었다.

기업별로는 한국전력공사의 6월 말 만기 채권이 1조44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국동서발전(6789억원), 두산중공업(6720억원), 하나카드(4700억원), 한국남동발전(4273억원), 삼성카드(4100억원), NH투자증권(4000억원), 롯데캐피탈(3500억원), 호텔롯데(3019억원) 등의 순이었다.

다만 초우량채로 분류되는 공사채와 사업 특수성에 따라 자금조달 규모가 큰 여신금융 등 금융채를 제외한 일반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로는 두산중공업이 최다였다.

다음으로 SK네트웍스(2800억원), 현대제철(2700억원), LG디스플레이(2600억원), 기아자동차·호텔신라(각 2500억원), 롯데쇼핑·대한항공(각 2400억원), 롯데렌탈·LG CNS(각 2300억원) 등의 순이었다.

또한 500대 기업 중 올해 상환해야할 회사채가 없는 기업은 모두 130개사였다. 사채 발행 내역이 없는 기업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한국조선해양, 네이버, 두산밥캣, KT&G, 효성티앤씨, 농심, 넷마블, 한샘, 종근당 등 80개사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마저 코로나19 위기에 임원 급여 반납 등 자구책을 강구하는 가운데 지상조업사와 하청업체 등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대량 해고 칼바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마저 코로나19 위기에 임원 급여 반납 등 자구책을 강구하는 가운데 지상조업사와 하청업체 등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이 늘어나는 4월이 되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 압박을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기업의 회사채 만기 대응 부담이 커진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6조5495억원이다. 이는 역대 4월의 만기도래 물량 중에서는 금투협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1년 이래 최대치다. 지난해 4월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물량 5조9122억원과 비교해도 6373억원(10.8%) 많다.

일반적으로 4월은 연중 회사채 발행이 가장 많고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도 가장 크다. 올해도 월별 회사채 만기 물량 가운데 4월 만기 물량이 가장 많다.

신용등급 A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 중 4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 현황을 보면 BBB+ 등급 대한항공은 4월 만기 회사채가 2400억원 규모다. 하이트진로(A·1430억원), 풍산(A·1000억원), HSD엔진(BBB-·800억원), 하나에프앤아이(A·700억원), 하나자산신탁(A·700억원), SK건설(A-·560억원) 등도 이달이 만기다.

이처럼 회사채 만기 물량이 대거 쏟아지는 것은 그만큼 최근 수년간 기업들이 회사채를 많이 발행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공모를 통한 연간 회사채 발행 규모는 2016년 109조8579억원, 2017년 144조238억원, 2018년 160조9183억원, 2019년 170조1827억원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저금리로 싸게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회사채 발행액이 증가했다. 저금리 환경에서 투자처가 마땅하지 않은 돈도 회사채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다. 회사채는 국채보다 금리가 높아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한파에 회사채 시장이 급속도로 침체되면서 회사채 수요가 위축돼 국내 기업 자금 조달에 빨간불이 켜졌다. 기업은 보통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면 새로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 회사채를 갚는 차환 방식을 쓴다. 회사채 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으나 회사채 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차환 여건은 나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당분간 코로나19 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비우량 회사채를 중심으로 회사채 발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 신용등급 하향 기조도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을 부추기고 있다. 차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재무구조가 취약한 한계기업은 자금 조달에 더욱 거센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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