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은행을 찾은 시민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은행을 찾은 시민들이 대출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코로나19 충격에 지난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인사업자와 가계의 대출이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901조4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8조7000억원 늘어나며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9년 6월 이후 가장 컸다.

대기업 대출이 10조7000억원, 중소기업 대출이 8조원 각각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에는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분 3조8000억원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코로나19에 위기를 맞은 중소기업, 자영업자에 51조6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하고 있고 주식, 회사채, 단기자금 등 금융시장에 48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도 910조9000억원으로 전달보다 9조6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은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최대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이 6조3000억원이다. 이는 작년 12·16 부동산대책에 따른 전세자금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많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 대출 규제는 1월 말 시행됐는데 통상 주택대출 규제가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데에는 2∼3개월 소요된다. 지난 2월 말 조정대상지역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수원·안양·의왕 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하는 대책이 추가로 나오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커진 영향도 있었다.

한은은 "정부의 12·16 대책은 기본적으로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도 "인근 수도권 지역 아파트 거래가 계속 이어지며 가계대출 증가세 축소 정도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1월 6000호에서 2월 8000호로 소폭 늘어났고 경기도는 2만1000호에서 3만2000호로 크게 늘었다. 나머지 3조3000억원은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증가분이다. 가계의 기타대출에는 영세 자영업자의 신용대출도 섞여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동산 자금 수요와 더불어 주식 투자 수요가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을 포함해 3월 중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9조1000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작년 동월(9000억원)과 비교해 매우 컸다. 올해 2월(9조1000억원)과는 같은 수준으로 2018년 10월(10조4000억원) 이래 최대다.

상호금융권을 포함한 2금융권 가계대출은 3월 중 5000억원 감소했다.

한편 3월 말 은행 수신은 한 달 새 33조1000억원 늘어난 1800조2000억원이다. 한은은 국내 기업들이 4월 배당금 지급을 대비해 단기 여유자금을 예치해 놓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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