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1주기를 맞아 총수 일가가 고인을 추모했다. 조 전 회장 별세 이후 한진가는 경영 악화, 남매의 난, 코로나19 등 연이은 악재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에  추모식도 가족과 그룹 임원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진행했다.

한진그룹은 이날 오후 고 조양호 회장의 1주기를 맞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에 위치한 신갈 선영에서 가족과 친지, 그룹 임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 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을 비롯해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가족,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이 함께했다. 불교 신자인 조양호 회장의 가족과 친지 10여명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강원도 평창 월정사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다만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진그룹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활동에 부응하기 위해 회사 차원의 추모 행사는 별도로 열지 않았다.

1949년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나 국내 항공산업의 반세기 역사와 함께 한 조양호 회장은 작년 4월 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병원에서 폐가 섬유화돼 호흡 곤란에 이르는 폐섬유화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앞서 2018년 12월 LA 한 병원에서 폐 질환 관련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하던 중이었지만 지난해 3월 말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 연임에 실패한 충격과 스트레스 등으로 병세가 급격히 악화됐다.

생전 외환 위기와 9·11 테러 등 각종 위기 상황을 기회로 만들었고,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Sky Team) 창설을 주도하고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으며 '국내 항공업계의 선구자'로 불렸던 조양호 회장이었지만 말년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4년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에 이어 2018년 조현민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을 계기로 총수 일가 전체가 각종 불법·갑질 논란에 휩싸이며 사회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특히 조양호 회장이 떠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한진그룹은 경영권 분쟁과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말 '남매의 난'을 시작으로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말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원태 대표이사가 (선친의)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다"며 반기를 들었고, 이후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손잡고 '반(反) 조원태 연합'을 구축했다.

지난달 27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사내이사에 연임하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으나, 3자 연합이 임시주총 등 '포스트 주총'에 대비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분위기다. 

이에 더해 올해 초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피해로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사상 최대의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경영 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이달 16일부터 올해 10월15일까지 6개월간 직원 휴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전체 직원 2만명의 70%에 해당하는 인원이 휴업하게 된다. 이달부터 경영상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부사장급 이상은 월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반납하기로 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이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우뚝 설 수 있게 만든 노하우와 이를 위해 차곡차곡 흔들리지 않고 쌓아온 경영철학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절대 가치가 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위기에 빠진 지금 조양호 회장의 경영철학과 걸어온 길들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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