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탈석탄·탈원전 선회한 글로벌 에너지산업 추세 못 따라가
두산건설, 그룹의 막대한 투자에도 휘청...그룹 전체에 악영향

두산그룹은 이번 주말 안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인력 구조조정 및 비핵심 사업의 매각 등을 담은 자구안을 제출해야 한다. 그래픽=연합뉴스
두산그룹은 이번 주말 안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인력 구조조정 및 비핵심 사업의 매각 등을 담은 자구안을 제출해야 한다. 그래픽=연합뉴스

국내 15대 그룹으로 꼽혔던 두산그룹은 최근 국책은행으로부터 1조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두산중공업이 지원받아야 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희망퇴직에 이어 휴업까지 검토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다.

두산은 어쩌다가 이런 위기에 처하게 됐을까.

업계에서는 먼저 글로벌 에너지산업이 탈석탄과 탈원전으로 선회하고 있는데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을 꼽는다. 또 밥캣, 두산건설 등 계열사에 무리할 정도의 지원을 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중간지주사인 두산중공업은 산업의 기초 소재인 주단조 제품, 원자로, 보일러, 터빈, 발전기 등 발전설비를 비롯해 담수를 생산하는 해수담수화 설비 및 수처리 설비, 운반 하역 설비 등을 제작해 국내외 플랜트 시장에 공급하는 기업이다.

이러한 두산중공업을 멍들게 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을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의 전체 매출에서 석탄 화력 발전 사업 매출은 전체의 60~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력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로 추산한다.

그런데 세계 석탄화력 투자는 2015년 88GW에서 2018년 23GW까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면서 두산중공업의 석탄 화력 발전 신규수주도 2016년 7조4794억원, 2018년 3조8245억원, 2019년 3분기 말 1조5598억원으로 급락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석탄 발전이 줄면서 석탄 화력 매출이 줄었다. 동시에 수조원의 매출이 기대된 국내 원자력 발전 사업도 무산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여기에 두산중공업이 새 먹거리로 물색한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원으로 가동하는 가스터빈 제조 사업도 당장 현금화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탈석탄, 탈원전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두산중공업은 자회사의 문제도 함께 겪고 있다.

먼저, 두산중공업의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 2007년에 인수한 밥캣(현재의 두산밥캣)도 재무 부담의 시작점으로 평가된다. 두산그룹은 당시 4조5000억원을 들여 밥캣을 인수했는데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실적이 급락했다. 이 자금을 두산중공업이 떠 맡게 되면서 재무부담이 크게 악화됐다.

다만 두산밥캣은 2011년에 흑자 전환 후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왔다. 특히 2018년부터는 중국건설시장의 호재와 미국의 건설경기 회복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에 매출 4조5096억원과 영업이익 4770억원을 기록하면서 실적이 좋다. 이에 두산밥캣을 두산중공업에서 분리해 두산과 합병하는 식의 지배구조 재편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특히 두산중공업의 자회사인 두산건설은 경영악화로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두산건설은 건설경기 침체를 겪으면서 지난 2011년부터 꾸준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지난 2001년에 아파트 브랜드 '위브'를 성공시키며 두산그룹의 간판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지난 2009년 추진한 주상복합 아파트 '일산 두산위브제니스'가 대규모 미분양사태를 겪으면서 경영상황이 악화됐다.

이에 두산그룹은 두산건설을 지원하는데 1조5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퍼부었다. 그러나 두산건설의 실적 회복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룹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다. 9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두산건설은 지난해에도 95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의 원활한 매각을 위해 지난해 지분을 모두 사들여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의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해 알짜 자산을 분리해 매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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