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현대차 이익만 대변"... 노동계 협약 전격 파기
광주시 사업 복귀 호소에도 지역 한국노총 반응 '냉담'
각계 여전한 기싸움에 좌초 위기...여당 '중재' 변수로

9일 오후 광주 광산구 삼거동 빛그린국가산업단지 내 광주형일자리 완성차 공장 부지에서 이용섭 시장 등 광주 노사민정협의회 위원들이 노동계 복귀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형일자리 불참을 선언한 한국노총은 이날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9일 오후 광주 광산구 삼거동 빛그린국가산업단지 내 광주형일자리 완성차 공장 부지에서 이용섭 시장 등 광주 노사민정협의회 위원들이 노동계 복귀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형일자리 불참을 선언한 한국노총은 이날 노사민정협의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내 첫 사회통합형 일자리 사업인 '광주형 일자리'가 난국을 타개할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노동계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선언한 가운데, 사업을 수행할 완성차공장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 주주들이 노동계의 사업 참여가 끝내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대 결단을 내리기로 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모터스 주주들은 지난달 26일 첫 정기주총에서 노동계의 '노사민정 합의' 파기 예고에 우려를 표명하고 시·현대차·노동계에 협약 준수에 따른 사업 추진을 요구한 바 있다.

특히 노사민정 합의를 주도해야 할 광주시의 갈등 조정도, 노사 양축인 한국노총과 합작법인 광주 글로벌모터스의 대화도 당장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우려를 키우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노총이 협약 전부터 이어진 광주시와 기싸움이 재연되면서 신뢰를 토대로 한 양측 관계 회복여부가 사업 추진의 최대 과제로 다시 떠올랐다.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지난 2일 광주형 일자리에 불참하겠다며 협약 파기를 공식 선언했다.

작년 1월 말 체결된 광주시와 현대차의 투자 협약은 ▲협력적 노사 상생 모델 구축·운영 ▲적정임금·선진임금체계 도입 ▲노사 상생발전 협정 ▲적정임금 부속 협정 ▲신설법인 자본금과 주주 구성 등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노동계를 배제한 채 대주주인 현대차의 이익만을 대변하면서 광주형 일자리의 본래 취지가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광주본부는 박광태 전 광주시장을 합작법인 광주 글로벌모터스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현대차 퇴직자, 퇴직 공무원 등을 요직에 앉히는 등 인사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비판했다. 정부의 노동 정책이 후퇴했고 광주형 일자리 추진 과정에서는 노동계를 동원 대상화했다며 민주노총의 동참도 요청한 상태다.

광주시는 노동인권회관 건립, 노정협의회 사무국 설치 등 협력 방안으로 구애하고 있지만, 대화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 글로벌모터스 측도 노사 상생 발전 협정 등 기존 협약의 충실한 이행을 주장하며 선뜻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노사가 평행선을 긋는 사이 광주시는 노사 양측에 협상에 나서 달라며 소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논란이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가 현대차와 체결한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서를 공개했지만 노동계에서는 긍정적인 기류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이 투자 협약서는 작년 1월 말 이용섭 광주시장과 이원희 현대차 대표이사가 서명한 것이다. 무상 비밀에 해당되나, 시와 현대차의 '밀실 협상' 등을 주장하는 노동계의 공개 요구를 시가 수용하면서 전격 공개됐다. 일각에선 노동 이사제 도입, 합작법인 광주 글로벌모터스 박광태 대표이사와 박광식 부사장 경질 요구 등과 함께 떠오른 쟁점 가운데 하나를 제거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이 들어설 빛그린 산단 1공구 조성 현장의 모습.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이 들어설 빛그린 산단 1공구 조성 현장의 모습.

협약서에는 현대차가 경차급 SUV 차종을 새로 개발해 신설 법인에 생산을 위탁하고 법인은 약 19만평 부지에 2021년 하반기까지 가동을 목표로 연간 생산능력 10만대 규모로 건설한다. 아울러 공장 건설, 생산 운영, 품질 관리 등 기술 지원을 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광주시는 중앙정부와 협력해 법인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도록 보조금 지급, 세제 감면, 근로자 복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세부 사항은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을 위한 노사 상생발전 협정서(상생협의회 운영에 관한 부속 결의) ▲적정임금 관련 부속 협정서(광주시 지원 공동복지 프로그램) ▲신설법인 자본금 및 주주 구성 ▲광주시 인센티브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협력방안 등이다.

신설 법인 상생협의회 결정 사항의 유효기간은 누적 생산목표 대수 35만대 달성까지로 했으며 근로 조건으로는 1일 8시간·주 40시간 근무, 평균 초임 연봉 3500만원(주 44시간 근무 기준) 등이 제시됐다. 주거, 교육, 의료, 문화, 근로 환경 등 관련 6개 분야 공동 복지 프로그램 구축 약속도 담겼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입장은 단호했다. 적정 임금, 적정 노동시간, 동반성장과 상생협력, 소통·투명 경영 등 광주형 일자리 4대 의제 가운데 임금과 노동시간을 뺀 나머지 2개 분야의 구체 방안이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내년 하반기 1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 가동을 목표로 생산 시설 건립 공사가 진행 중이나, 노사 상생이라는 전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광주형 일자리는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한국노총과 총선 연대 행보를 보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중재자로서 역할에 나선다면 노동계의 복귀도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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