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제4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관련 제4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여대야소 정국으로 '새판'이 짜여졌다. 유권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견제'나 '변화' 대신 안정'에 표를 던진 셈이다.

민주당은 기존 원내 1당을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은 물론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단독으로 의석 절반을 차지했다. 이른바 '거여'(巨與·거대여당)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 치러진 선거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던 정부·여당에 유권자들은 이례적으로 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4년만에 여대야소(與大野小)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여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은 참패했다. 정부 심판론은 물론 독주 견제론도 대중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며 범보수 진영은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 초유의 4연패에 처했다. 

'코로나 팬데믹'과 공천 파동 및 막말 논란 등 선거 활동 막바지에 불거진 각종 악재와 이른바 '자충수'도 통합당 패배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당은 출구조사가 현실화되면서 선거 참패 책임론 등 내부적 갈등을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제1야당이 국민의 신임을 얻지 못해 민주당 등 범여권이 16년 만에 의회 권력을 확보하고 군소 야당이 고전해 지난 총선 때 만들어진 3당 체제도 붕괴하면서 향후 정국은 여대야소 정국으로 새판이 짜여질 전망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는 정권 말기 '레임덕' 현상에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기를 2년 정도 남긴 문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 '레임덕'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국정을 끌어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등 행정부에 이어 사실상 입법부까지 확보하면서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이른바 '개혁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이 이번 선거로부터의 가장 큰 결실로 거론된다.

특히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선거 운동 기간 중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는 점에서 당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정부 후반기로 갈수록 당청 중 당이 전면에 나서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에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민주당의 승리를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향후 국회 운영에 있어 민주당은 보다 과감한 입법을 할 수 있게 됐다. 일례로 지난해 연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정국에서 이전에는 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통합당이 반대하는 법안은 군소 야당과의 공조가 필수적이었으나 과반 이상을 차지한 정국에서는 단독 추진도 가능하다.

당장 16일부터 시작되는 임시국회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지급 규모나 재원 조달 방안 등을 놓고 제1야당과 입장차가 있으나 수적 우위로 입장을 관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다. 나아가 오는 7월 예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을 전망이다.

통합당은 선거 패배를 둘러싼 지도부 책임론이 터져 나오면서 극심한 내홍이 예상된다. 서울 종로에 출마한 황교안 대표가 사실상 사퇴 요구에 직면하면서 당 리더십이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기 전당대회 주장과 함께 당권과 노선 투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국회에서는 수적 열세를 다시 절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쟁점법안 저지에 실패했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통합당이 장외 투쟁 등 과격한 대응에 나서면서 국회에서 대치 정국이 조성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혜택을 기대했던 군소 야당도 5석 안팎의 의석을 얻으면서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제3세력이 없어지면서 민주당과 통합당간 '강 대 강' 대결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선 전초전'인 이번 총선의 결과는 차기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전체적으로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토대로 유리하게 풀어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잠룡들은 생환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이낙연 후보가 서울 종로에서의 승리하면서, 그를 토대로 대권 가도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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