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치러진 4·15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우리는 놀랍도록 침착하고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투표에 임했다. 운명의 날을 맞은 출마 후보자들은 자정을 기해 마이크와 확성기의 전원을 내리고 마음을 조이며 유권자들의 심판을 기다렸다.

출구조사가 발표되고 투표함이 열리자 희비가 엇갈린다.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짓고 팡파르를 울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엎치락 뒤치락하는 실시간 집계에 손에 땀을 쥐며 기도하는 이도 있었다. 짜릿한 승리를 만끽하며 만세를 부르는 이가 있는가 하면,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쓸쓸히 퇴장하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입에서 뱀을 쏟아내다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탕자가 있었다.

전쟁같은 선거일을 치르고 숙취처럼 띵한 머리를 감싸쥐며 우리는 그렇게 4월 16일을 맞았다. 환희와 벅찬감동으로 해맞이를 하는 이와 애써 그늘로 숨는 이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 없는 자는 없을 테니, 4월로 기록된 역사에서 죄인이 아닌 사람이 누가 있으랴.

그러하니 우리, 구름사이를 헤엄치는 녹슨 배 한 척을 보지 못했다는 거짓말은 하지 말자. 한 때는 노란 웃음꽃이 만발했던 하얀 고래 한 마리를 잊었다고 하지 말자. 아벨을 죽인 카인처럼, 예수를 배반한 유다처럼, 우리는 그렇게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아야 한다. 인간의 양심이라는 재판정에서 그들의 영령 앞에서 참회를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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