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공업 이후 20년만에 공기업화 가능성 솔솔
핵심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 분리 후 시나리오
산은, 출자전환 통해 인수한 뒤 한전 자회사로 둘 수도

두산중공업이 20년 만에 다시 공기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산중공업이 20년 만에 다시 공기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산중공업이 올 한해에만 '4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갚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두산중공업에 대한 국책은행의 긴급구조가 이뤄졌으나 동시에 정부의 입김이 커지면서 두산중공업이 20년 만에 다시 공기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21일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주재로 확대여신위원회를 열고 두산중공업의 5억달러(약 5868억원) 외화 채권을 대출로 전환해주기로 했다.

해당 외화 채권을 지급보증한 수은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두산중공업의 지원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두산중공업이 갚지 못하면 결국 지급보증한 수은이 대신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수은과 산업은행은 지난달 26일 5대 5 부담으로 두산중공업에 1조원을 긴급 지원했다. 이후 두산그룹은 지난 13일에 두산중공업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안)을 채권단에 전달했다.

다만 수은은 이번 대출 지원이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수은이 채권을 대출로 전환했으나 두산중공업 자체의 유동성 위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규모는 4조2000억원이다. 회사채 1조2500억원, 국책은행 대출 1조1000억원, 시중은행 7800억원, 외국계 은행 3600억원,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 등 7000억원 등이다.

채권단은 두산중공업 추가지원을 위해서는 두산그룹의 강도높은 자구안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내놓고 있다.

아직 두산중공업의 자구안에 어떠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이 다음 달 초에 발표할 예정인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에 지배구조 개편안이 담길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두산중공업과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손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분리하는 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큰 규모의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것과는 달리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은 비교적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 두 곳을 두산중공업과 분리시켜 그룹의 지주격인 ㈜두산에 두면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유동성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이를 두산그룹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두산그룹의 중간지주사격인 두산중공업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분리시킬 경우 두산중공업 자체가 회생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채권단이 분리건을 강력히 요구할 경우 두산그룹 입장에서 거부하기 어렵다. 이에 투자금융업계에서는 따로 분리된 두산중공업이 공기업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전신은 한국중공업으로 잠시 공기업으로 운영됐다가 외환위기를 거치며 민영화가 결정됐고 2000년에 두산그룹이 중공업으로 업종을 변경하면서 인수됐다.

특히 산은이 출자전환 등을 통해 두산중공업을 인수한 뒤 한국전력의 자회사로 둘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전은 산은이 32.9%, 정부가 18.2%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두산중공업 인수가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이유다. 여기에 두산중공업을 해외에 매각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회사의 규모를 줄여 한전의 자회사로 둘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앞서 2018년에도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을 매각한다는 설이 나왔을 만큼 이러한 주장은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다만 당시에도 두산은 "두산중공업 매각설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