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칼럼] FATF보고서, 포스트 코로나19의 '백기사'
[통일로 칼럼] FATF보고서, 포스트 코로나19의 '백기사'
  • 이호연 선임기자 (leehoyon84@daum.net)
  • 승인 2020.0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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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한국은 자금세탁과 테러 자금조달과 관련한 자금을 압수할 수 있는 건전한 법적 틀을 가지고 있지만 정부와 공무원은 부패자금 세탁을 막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온 나라가 여념이 없는 지난달, 대한민국의 금융과 조세의 투명성의 수준을 평가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이하 FATF)의 상호평가보고서의 첫 문장이다.

FATF는 오랜 기간에 걸친 사전 검토, 현장 검토, 사후 심사 등의 절차를 거친 뒤 지난 4월 20일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금지 제도에 대한 상호 평가 결과보고서’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전반적으로 상호평가보고서에 큰 문제점이 언급되지 않은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관련 기사 : “금융위-국세청-삼성, 사시나무처럼 떠는 이유 ‘FATF’ 때문”]

FATF 상호평가 결과는 해당 국가의 금융·사법 시스템의 투명성 척도로서 신용평가 기관 등에 의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금융기관들의 신용장 개설 또는 무역대금결제 등과 관련된 수수료 등 금융비용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가 신인도에 관련된 사안이다.

우리 정부는 FATF 상호평가 결과가 우리 경제에 상당히 중요한 사안임을 인식하고 착실하게 준비해왔다.

우리 정부는 2015년 10월부터 12개 정부부처가 참가한 FATF 상호평가 합동대응반을 구성해 사전 준비작업을 진행했다. 2018년 11월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우리나라의 자금세탁과 테러자금조달 위험을 확인․분석하는 ‘국가 위험평가’보고서를 작성했고, 해당 보고서와 ‘FATF 상호평가 대응방향’을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제도 강화를 위해 우리 정부는 2018년부터 특정금융거래보고법 개정(2019.1월)과 시행령 개정(2019.2월 등 3차례)을 개정했고, 범죄수익은닉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을 개정(2019.4월)했다. 그리고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금지 업무규정 개정(2019.6월)과 특정금융거래보고 등에 관한 검사․제재규정을 신설(2018.7월)했고,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AML/CFT) 정책협의회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을 제정(2019.1월)했다.

우리 정부가 FATF 상호평가에 대비해 착실하게 사전준비를 했다는 점은 칭찬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FATF보고서, 치명적 자금세탁 미언급 '다행'

2018년 9월 미국 재무부는 산업은행을 포함한 7개 국내은행 준법감시인들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대북제재를 준수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었다. 필자는 당시 FATF 의장국이었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FATF 상호평가를 앞두고 모종의 압박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걱정을 했었다.

FATF 상호평가 실사가 예정된 시기에 금융위원회는 제9차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증권을 포함한 4개사에 12억3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FIU(금융정보분석원)는 차명계좌 등도 자금세탁 범죄와 관련해 엄격한 제도 마련과 이행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이 보고서에 언급되지나 않을까 조바심을 가졌었다.

FATF가 지난 4월 발표한 한국의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금지 제도에 대한 상호 평가 결과보고서’ 모두 226쪽의 보고서 첫 장. @FATF
FATF가 지난 4월 발표한 한국의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금지 제도에 대한 상호 평가 결과보고서’ 모두 226쪽의 보고서 첫 장. @FATF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 FATF 상호평가보고서에 북한 금융제재 관련 이슈나 삼성 차명계좌 이슈 등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FATF 최종 평가 보고서는 평가팀의 한국 방문 실사가 종료된 지 9개월 이상의 기간이 경과한 이후에 공개됐다. 현장 실사 이후 우리 정부와 FATF간에 많은 논쟁거리가 있었고, 복잡한 협의과정이 진행됐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리 공무원들이 최종보고서 조율 기간 동안 초안 협의 및 FATF 총회 보고 등의 후속 절차 진행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들의 노고에도 박수를 보낸다.

중간 등급 평가, 안심은 금물

금융위원회는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은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위험을 잘 이해하고 있고, 견실한 법과 제도적 장치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자금세탁방지 등을 위한 금융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범죄수익 환수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특히 테러 및 테러자금조달 위험이 낮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법과 제도의 구축여부를 평가하는 40개 기술평가 항목 중 32개는 이행등급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특정비금융사업자, 테러자금 동결, 고위공직자, 법인의 실소유자 관리 등 8개 항목은 법제도 미흡으로 부분이행 평가를 받았다.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한국 상호평가의 항목과 평가등급, 후속 점검 (자료 : 금융위원회)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한국 상호평가의 항목과 평가등급, 후속 점검 (자료 : 금융위원회)

법과 제도의 실제 이행 여부를 평가하는 11개 효과성 항목 중 5개만 이행등급 평가를 받았고, 금융회사/특정비금융사업자의 의무 이행과 감독, 자금세탁 범죄 수사·기소 등 6개 항목은 법제도 미흡으로 인해 보통이행으로 평가를 받았다.

종합적으로 한국은 현재까지 상호평가를 받은 29개국 가운데 미국,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중국 등과 동일한 “강화된 후속점검”에 해당해 중간등급에 해당되는 평가를 받았다. “강화된 후속점검”을 받은 국가들은 FATF 총회에 1~1.5년마다 주기적으로 보고를 해야 한다.

FATF보고서, 문 정부의 코로나19 극복에 원군 

FATF 상호평가서에 언급된 40개 권고사항 중, 부분 이행이나 미이행 평가를 받은 8개 항목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이행 또는 대부분 이행 평가를 받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효과성 평가와 관련, 부분 또는 낮은 효과성 평가를 받은 6개 항목도 빠른 시일 내에 높은 또는 상당한 효과성 평가를 받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의 기득권층과 보수정권은 그동안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관련한 제도 강화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 후유증은 소득의 양극화 심화와 수많은 그룹의 불법 경영승계, 기하급수적인 해외 자금 은닉 등을 야기, 자원의 공정한 배분 등 경제민주화의 실현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올해 FATF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항목들 모두는 대한민국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보완·개선해야 할 필수적인 사안들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FATF의 한국에 대한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금지 제도에 대한 상호 평가 결과보고서’는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로 비상상황인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우호적인 정치적 의사결정의 환경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재계가 경제위기 돌파의 주체로 앞장서는 데 자극제로의 활용이 가능하다. 나아가 금융과 조세의 투명성 확보를 통해 경제자원의 효율적인 관리의 틀이 만들어지면서 역성장 경제의 회복을 정상화시키는 포스트 코로나19의 대책의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보고서에 언급된 8개 항목의 우선조치 사항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위기의 비상경제를 돌파하고 경제토대도 정상화시키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 챙기는 시기,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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