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어린이날은 소파( 小波) 방정환 선생이 1922년 처음 어린이날(당시 5월 1일)로 재정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의미가 남다를 만도 한데 안타깝께도 코로나19라는 고약한 역병 때문에 굵직한 주요 행사 대신 가족간 나들이로 조용히 치러지는 분위기다.

5월 1일은 소파 선생이 창간한 '어린이' 잡지의 출간일이기도 하다. 당시 판매량이 최고 10만부에 달했다고 하니 요즘 어지간한 성인 잡지도 엄두를 못내는 발행부수다. 

'어린이'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부록'도 한 몫 했다고 한다. 시각적 자료가 부족했던 당시에 잡지에 덤으로 딸려나오는 화보나 놀이판은 어린이들의 눈을 휘둥그레 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소파 선생의 탁월한 아이디어다.

'어린이'에는 한편 '보이지 않는 부록'이 있었다. 소파 선생은 우리 문화의 역사와 자긍심을 기사나 삽화 행간에 집어넣었다. 때문에 '어린이'는 일제의 검열 때문에 발행일이 늦어지기 일쑤였으니 시중에 잡지가 나오기만을 목 빼고 기다리는 어린이들의 심정을 알만하다.

'어린 노동자'나 '미래의 인적자산'에 불과했던 '애놈'에게 '어린이'라는 말을 붙이고, 인격적 대우와 아동 노동 금지를 주장한다는 것은 당시에는 무척이나 진보적인 사상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100년이 지난 지금, 존중받는 하나의 인격체인 어린이는 '마음껏 놀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팽이채를 잡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있고, 등교가 힘들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처가 되는 시대라지만 여전히 가혹한 '학습 노동'에 시달리는 어린이들의 현실은 소파 선생이 원했던 모습이 아닐 것이다.

무척이나 더운 어느 여름날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캐리어 박사'라고 답한 학생이 있었다는 인터넷 유머가 있다. 그 학생에겐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보다 더위를 물리치게 해준 에어컨 발명가가 더 고맙게 다가왔을 것이다.

일년에 하루만 어린이날이고 하루만 존경받는 인물이라면 무언가 서운하다. 365일 어린이날이고 365일 존경받는 소파 선생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