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차세대 사업으로 꼽히는 전기자동차 육성을 위해 공식적인 회동을 가졌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기업의 총수가 전기차 협력에 나서며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 육성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 이날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함께 방문해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인 ‘전고체 전지’ 기술 현황을 살펴봤다. 삼성SDI 천안사업장은 소형 배터리와 자동차용 배터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전고체 전지(All-Solid-State Battery)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 1회 충전으로 800km를 주행할 수 있고, 10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해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이날 회동에서는 삼성 측은 이 부회장 외에 전영현 삼성SDI 사장과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이 참석했다. 현대차에서는 정 수석부회장 외에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과 서보신 상품담당 사장이 방문했다.

삼성 경영진이 현대차 경영진에게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의 소개와 개별 현황 등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회동은 진행됐다.

특히 전기차 사업은 '한국판 뉴딜'로 정부가 육성하는 사업이다. 현대차도 전기차 시대를 맞아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이 삼성·현대차 두 그룹의 상호 관심사가 겹쳐 이번 만남이 이뤄졌다.

다만 두 회사는 이번 만남의 확대 해석은 경계하고 있다. 당장 업체 간 어떠한 협약이나 파트너십 체결이 이뤄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현대차가 전기차와 배터리 사업을 키우면서 삼성SDI를 유력한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두 총수의 회동으로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이 더욱 깊어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주변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깜짝 회동’이며, 정의선 부회장의 배터리 사업에 대한 높은 관심이 반영된 만남”이라며 “총수 간 만남을 통해 전략적 협력 관계가 구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