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두산베어스 매각 요구한 듯
두산 "계획에 없어...운영효과 상당"
이달말 두산重 정상화 구체방안 나와

두산중공업이 20년 만에 다시 공기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산그룹(회장 박정원)이 두산중공업 경영난 해소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3조원 규모 자구안에 두산베어스 야구단 매각도 포함될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베어스는 프로 원년인 1982년을 비롯해 통산 6번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명문 구단으로, ㈜두산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두산그룹은 그동안 두산솔루스, 두산퓨어셀, 두산타워, 산업차량, 모트롤, 골프장 등의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두산베어스는 크게 거론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채권단이 고강도 자구안 마련을 압박기 위해 두산그룹에 상징성이 큰 두산베어스 매각을 협상의 조건으로 걸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포브스코리아는 지난해 두산베어스 가치를 두고 시장가치 370억원, 경기장 가치 199억원 등 총 1907억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두산베어스는 지난해 매출액이 580억원, 영업이익이 32억6000만원에 달한다. 매출액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등 관계사 매출은 162억원이다.

반대로 두산그룹은 두산베어스를 매물로 내놓을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두산베어스 구단 운영에서 나오는 효과가 상당하며, 오비맥주를 매각하면서도 남겨뒀을 정도로 그룹에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한편 두산그룹을 대상으로 한 채권단 실사 작업은 막바지에 들어섰다.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이르면 이번 주 실사 결과를 채권단에 전달할 예정으로, 이를 토대로 한 두산 측의 경영 정상화 방안은 이달 말께 나올 전망이다.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박정원 두산 그룹 회장
두산 베어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박정원 두산 그룹 회장

 

앞서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해 기존 1조6000억원에 더해 8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고, 두산그룹은 자산매각과 비용 감축 등으로 3조원 이상을 확보하기로 했다. 두산그룹은 3조원 이상을 확보해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를 엄격한 수준으로 개선하는 내용의 최종 재무구조개선계획(자구안)을 확정해 채권단에 지난달 27일 제출한 바 있다.

자구안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 비용 축소, 비핵심 자산 매각에 나선다. 두산중공업의 모회사인 ㈜두산은 자산매각과 두산중공업 증자 참여를 추진한다. 두산그룹 대주주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사재로 두산중공업에 출자를 할 예정이다.

대주주는 또 배당과 상여금을 받지 않고 급여를 대폭 반납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3월 말 긴급운영자금 요청 시 채권단에 보유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산은과 수은은 두산그룹 측이 제출한 두산중공업 자구안을 수용하고 추가 자금지원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이들은 또 자구안의 단계별 세부 일정과 절차를 점검한 후 실사 결과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달 중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해 경영개선 작업을 시작한다.

산은과 수은은 앞서 두산중공업에 1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1조원은 마이너스 통장 형태의 한도 대출이며, 6000억원은 이날 만기가 도래한 외화 채권(5억달러)의 상환용이다. 두산중공업은 1조6000억원 지원을 받았는데도 자금난에 처해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을 조기 정상화시켜 채권단 지원 자금을 신속히 상환하고,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기업 본연의 역할을 다하도록 대주주와 전 임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두산그룹은 자구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짧은 기간에 자구안을 마련하느라 상세한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한편으로는 매각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불투명하게 담았다는 의견도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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