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적으로 배드뱅크 끌고 나가는 데 부담 느낀듯
우리은행 3577억원·신한금융투자 3248억원·신한은행 2769억원 판매
업계 일각 "배드뱅크, 보상 통한 투자자 보호 차원서 설립...책임의식 부각"

일러스트=연합뉴스

환매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부실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도입될 예정인 이른바 '배드뱅크'가 설립을 코앞에 두고 신한금융그룹과 우리은행이 서로 대주주 자리를 떠넘기려는 양상을 띄고 있다.

이들 회사는 총 1조6000억원대 환매 중단 라임펀드 중 9600억여원에 가까운 펀드를 판매했다. 두 은행이 판매한 액수는 여타 금융사들이 판매한 액수를 월등히 뛰어 넘지만 최대주주를 맡아 주도적으로 배드뱅크를 끌고 나가는 데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신한금융 등을 포함하는 라임 펀드 판매사 20곳은 큰 틀에서의 배드뱅크 설립에 참여할 것으로 합의하고 현재 세부 조율을 진행 중이다.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사상 초유의 기관인 배드뱅크는 자본금이 약 50억원 규모로, 약 6년 정도 운영된 이후 해산될 예정이다. 다만 판매사들은 출자비율과 금액 등 세부사항을 놓고 막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단일 금융회사로는 우리은행(3577억원) 판매금액이 가장 많지만, 그룹사를 기준으로 보면 신한금융(신한금융투자 3248억원·신한은행 2769억원)이 더 많다.

환매 중단된 라임 펀드 판매 잔액이 어느 회사가 더 많은지에 따라 자본을 더 많이 출자하게 되는데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최대주주가 정해진다.

업계에서는 배드뱅크의 최대주주를 맡으면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나가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 등 운영상의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배드뱅크의 최대주주라는 자리가 주는 불명예스러운 이미지 탓에 두 회사가 이를 꺼리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의견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배드뱅크의 설립 취지 자체가 부실자산 처리와 보상을 통한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인 만큼 이미지 실추보다는 가장 많은 매출을 일으킨 판매사로써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줄 여지가 더 크다"고 말했다.

한편 배드뱅크는 이르면 이달 중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달 서면으로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 배드뱅크에 대해 "5월 중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6월에는 (라임자산운용 제재에 대한) 윤곽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다만 시민사회 일부에서는 배드뱅크를 반대의 시각도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배드뱅크가 출범하더라도 라임 자산의 부실화가 심각해 투자금 회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고객 동의 없이 모든 부실을 한 곳에서 종합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 신속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라임 사태라는 개별 금융사의 사기 행위를 배드뱅크로 처리하려는 것은 결국 투자자 피해의 초점을 흐리는 행위"라며 "만일 배드뱅크 설립을 계속 추진할 경우 법적 고발 등 모든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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