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사고에 재무상태마저 의심받던 LG화학
현대차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로 LG화학 선정
삼성전자-현대차 전기차 배터리 동맹은 미정

LG화학의 배터리. LG화학 제공
LG화학의 배터리. LG화학 제공

최근 잇따른 사고로 재무상태마저 의심받던 LG화학에 모처럼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에 LG화학이 수천억원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 것이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오는 2022년부터 현대·기아차가 양산할 예정인 전기차 전용 모델 한 종의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됐다.

LG화학이 공급하는 배터리는 현대·기아차가 4차례에 걸쳐 발주하는 물량 중 2차 물량 일부로, 규모는 수천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2021년부터 전기차 전용 모델 양산을 위해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개발했다. 내연차 플랫폼에서 엔진을 제거하고 전기모터를 넣던 기존 방식과 달리 배터리를 팩 형태로 감싸 차량 바닥에 펼쳐 넣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전기차 배터리의 1차 공급사로 LG화학의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을 선정했다. SK이노베이션의 1차 물량은 다음 해 말부터 현대차에 공급될 것으로 전해진다.

배터리업체 선정은 전기차 모델별로 이뤄진다. 이후에 생산되는 모델에는 LG화학이 아닌 다른 회사가 생산하는 배터리가 선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소식에 업계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전고체 전지’ 기술을 살펴보기 위한 회동을 가진 바 있어, 삼성SDI가 현대차의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될 수 있다고 보고 있었다. 특히 이번 회동을 두고 삼성과 현대의 전기차 배터리 동맹이 본격 추진 중이란 예상마저 나왔다.

그러나 현대차가 LG화학을 2차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하면서 지금 당장 삼성과 현대의 배터리 산업 협력이 이뤄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편, LG화학 입장에서는 이번 계약 체결로 한시름 놓게 됐다.

LG그룹의 주력계열사인 LG화학은 지난 7일 인도 현지법인(LG폴리머스 인디아)과 19일 국내 주력 사업장인 대산공장에서 차례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회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사건 사고에 더해 LG화학의 올해 1분기 재무상태는 지난해 12월 말에 비해 악화된 상태다.

LG화학의 올 1분기 연결기준 자본총계는 17조 4161억원, 부채총계 19조705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13.1%에 달한다.

반면 LG화학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자본총계는 17조3838억원, 부채총계 16조6406억원으로 부채비율은 95.7%였다. 불과 3개월만에 부채비율이 17.4%포인트 높아진 셈.

부채도 3개월만에 3조644억원 늘었고 이 가운데 유동부채가 9275억원 증가했다. 즉, 1년 내에 갚아야할 부채만 9275억원이 늘었다는 뜻이다.

이렇듯 LG화학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현금확보는 필수적이다. 이 상황에서 현대차와 수천억원 대의 계약 성공으로 현금 유동성 확보가 소폭 개선될 수 있다.

다만 이번 계약으로 LG화학의 즉각적인 개선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계약으로 LG화학의 현금 유동성이 즉각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LG화학이 중점적으로 키우는 배터리 사업은 LG그룹 차원에서도 사활을 건 사업이기에 투자금액 자체가 컸던 것이 재무건전성을 다소 해쳤으나, 앞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라고 바라봤다.

이어 “LG화학 경영진도 최근 수익성 개선과 현금흐름 개선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해왔던 만큼 추가적인 계약 체결로 유동성 확보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