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본사인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 휘날리는 LG전자 깃발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최근 LG그룹의 핵심계열사인 LG전자와 LG화학에서 사건·사고가 이어져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특히 연이은 악재에 3년차를 맞이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업계 안팎의 우려 섞인 목소리마저 흘러나왔다.

LG그룹의 입장에선 이달이 ‘잔인한 5월’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LG화학에서 2차례의 인명사고가 발생했고, LG전자에서도 인사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져 압수수색이 벌어졌다. 이어 LG빌딩에서 직원이 투신하는 사고마저 발생해 충격을 안겼다.

핵심 계열사 LG화학서 연속 인명사고 발생
LG전자서 인사채용비리 의혹·직원 사망사고

LG그룹의 5월 악재 중 첫 번째는 LG화학의 인도법인인 LG폴리머스의 현지공장에서 지난 7일 가스누출 사고다. 이 사고로 인근 주민 12명이 사망했고, 1000여명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현지 경찰은 공장 내 탱크에 보관된 화학물질 스티렌 모노머(SM)에서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직후에 현지 일부 주민은 공장 폐쇄 등을 요구했고 당국도 환경 규정 위반 사실이 적발될 경우 공장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LG폴리머스가 공장의 설비 확장 과정에서 환경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특히 LG폴리머스인디아 경영진이 독성물질 관리 소홀 등 혐의로 입건됐고, 인도환경재판소로부터 5억루피(약 81억원) 공탁을 명령받고 공탁한 상태다. 이에 LG화학은 인도공장 가스누출 사고와 관련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사고 수습에 전사 차원의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LG화학의 악몽은 인도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인도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 12일 후 충남 서산 대산공단 내 LG화학 촉매센터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 있던 직원 1명이 숨지고 2명은 화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LG화학 측은 현장에 있던 연구원들이 관련 작업을 종료하고 철수하던 중 파우더 물질이 분출하며 자연 발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G그룹의 악재는 계속됐다. 경찰이 지난 15일 LG전자 공개채용 과정에서 채용비리가 있었던 정황을 확인하고 LG전자 한국영업본부 인사팀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에 있는 LG서울역빌딩 한국영업본부 인사팀과 마포구 상암동 LG CNS 등 2곳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경찰은 2013~2015년 LG전자 한국영업본부 공개채용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한 임직원 등에 대해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날 해당 연도 부정채용 대상자의 이력서와 채점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현재 LG그룹 직원 한 명을 입건한 상태로,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엔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LG 빌딩에서 LG직원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마저 일어났다.

LG사원 A씨가 27일 건물에서 투신해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8년 정도 우울증과 거식증을 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고를 두고 인사채용비리와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으나, 경찰과 LG전자 모두 관련성은 부인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그룹 악재에 3년차 맞은 젊은 리더십 도마
구광모, 경영안정 찾을 위기 대처방안 주목

LG그룹이 각 계열사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있지만, 연이은 악재에 눈을 돌릴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계열사의 사고 대응에 따라 LG그룹 전체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직접 나서 사건사고 수습에 속도를 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20일 서산 LG화학 공장을 찾아 경영진을 질타했다. LG화학 내 두 차례 발생한 사고에 대해 직접 사과하며 경영진에게 사고 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구광모 회장은 이 자리에서 “안전사고에 대해 모든 경영진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면서 “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경영 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안전사고 등 위기관리에 실패했을 때 한순간에 몰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질타에 LG화학은 전세계 40개 사업장 정밀진단에 나서며 안전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을 경우 기존 사업까지도 철수하겠다는 강력 대책을 내놨다. 

최근 LG화학 사고와 관련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이 2018년 11월 직접 설득해 영입한 인물로 LG화학 창립 후 첫 외부인사 CEO로 잘 알려져 있다. 

구광모 회장이 손수 영입한 인물인 만큼 그로 인한 ‘책임론’까지 껴안을 수 있는 상황이기에 강력 대책을 내놓고 신속한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룹 총수의 동분서주에도 이를 바라보는 업계 안팎의 시선은 불안하다.

선대 회장인 고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총수로 올라선 구광모 회장은 취임 3년차를 맞아 과감한 변화를 이끌어왔다. 구 회장은 그룹과 계열사들의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해 경쟁력을 높였다. 인사도 실패에 너그러웠던 과거의 LG와는 달리 성과주의 원칙에 입각해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재계에서도 올해 42살의 이 젊은 그룹 총수 만큼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효율을 강조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부작용도 수반했다. 안전 대책 및 기업 안정성 하락이 대표적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내외 산업 전반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면서, 구광모 회장의 리더십이 얼마나 조기에 안정을 찾는냐에 따라 위기 극복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화학과 LG전자에서 연이어 발생한 사고로 구광모 회장의 위기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면서 “코로나19 등으로 업황도 좋지 않아 구 회장의 탁월한 위기 관리 능력이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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