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시위 격화되자 항공기 이륙 시간대 조정
국내 항공사, 미국 경제활성화 맞춰 노선 확대 중
"5월 여객자수 대폭 줄어…장거리 수요 회복 절실"

대한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대한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가 또다시 악재를 맞았다. 미국으로 향하는 하늘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 상황에서 미국 내 시위가 확산되면서 운항이 다시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미주 노선 운항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일부터 미주 지역을 비롯해 유럽, 동남아 등 전 국제선 가운데 일부를 운항을 다시 시작했다.

특히 지난달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애틀란타, 시카고 등 5개 노선에서 워싱턴, 시애틀, 밴쿠버, 토론토 등을 추가해 현재 9개 노선을 운영 중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3월부터 중단했던 샌프란시스코, 나리타 노선의 운항을 지난달부터 재개했다. 국제선 운항 노선을 13개에서 27개로 확대한 것이다.

이렇듯 항공사들이 미국으로 향하는 하늘길을 조금씩 여는 것은 미국과 중국 등이 경제정상화에 나선 이유가 크다. 이들 국가들은 입국통제 완화와 경제 활동을 위한 이동제한을 점차 풀고 있다. 이에 항공사들도 여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주요 노선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가까스로 늘려온 미주 노선이 다시 줄어들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25일, 경찰의 강압 체포 행위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과정이 담긴 동영상이 미국 전역에 유포되자 분노한 미국 시민들이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가 격해지면서 미국은 뉴욕과 LA를 비롯한 40개 이상의 도시에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이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항공편의 이륙 시간이 12시간 지연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시위로 인해 지상 교통편 운영이 지연되면서 승객들이 탑승할 수 없었고, 출발시간도 덩달아 늦어졌다. 이후에 추가 지연이나 노선 운항 중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연된 사례는 아직까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격화된 시위로 인해 미주 노선 축소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미 대폭 축소된 항공편을 운행하는 가운데, 항공사는 추가적인 축소까지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 노선의 여객 수요가 코로나19와 시위까지 겹치면서 회복세를 띄기는 어렵다. 그나마 항공사가 수요 회복 기대감을 품었던 미주 노선마저 어려워진 셈이다.

이미 항공사는 코로나19 여파로 5월 한달간을 가까스로 버텼다. 코로나19 여파로 5월 한 달 국적 항공사의 국제선 여객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8%이상 급감했다.

3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 국내 항공사 9곳의 국제선 누적 여객수(출발·도착)는 9만3489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5월(569만5436명)에 비해 98.1% 감소한 수치다. 지난 4월과 비교해도 국제선 여객수 감소세가 더 확대됐다.

5월 국제선 운항편수도 4348편으로 지난해 5월(2만7275편)과 비교해 85.4% 감소했다. 항공사별 수송인원은 대한항공이 5만1337명, 아시아나항공이 3만8352명이었다.

국제선 운항이 대부분 막혔지만 미주, 유럽 등 장거리 노선 수요가 그나마 여객수요를 뒷받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노선의 여객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경우 항공업계의 어려움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시위 확대로 인해 장기적으로 여객 수요 회복이 늦춰질 수 있다고 본다”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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