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 대통령은 연일 중국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 본인에게는 재선 승리가 중요하겠지만, 국제관례를 벗어나는 수준의 막말까지 해대는 것은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행태를 보면서 구소련 붕괴 이후 구축된 자유무역과 선린외교 등의 국제질서가 일거에 무너지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중국은 40년 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실행 이후 눈부신 고속성장을 했다. 특히, 1990년대 중국은 시장경제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경제성장률 10% 전후의 고속성장 가도를 달렸다. 급기야 2010년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G2로 등극했다. 현재 중국은 세계1위의 수출입대국, 세계1위 외환보유국, 세계1위 인구대국, 세계1위 ‘에너지소비국’ 이란 점과 고속성장 추세를 감안하면, 중국은 멀지 않은 장래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 1위를 차지하면서 돼 이른바 ‘중국의 시대’가 열릴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G2를 넘어 G1자리를 넘보는 중국

하지만, 중국에는 도농 간의 소득수준 격차와 양극화, 심각한 도시의 저출산·고령화 현상, 농촌의 부실한 사회복지체계,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와 부동산 가격 등의 굵직굵직한 경제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소득수준이 오르면서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 소수민족 문제, 일국양제 관련 대만과의 갈등, 홍콩 문제 등 정치외교적인 이슈들도 중국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국은 대내외적으로 대국굴기의 위상을 과시했다. 시진핑은 ‘중국몽’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오대양 육대주의 육상·해상 교통로를 확보한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and One Road)’ 계획을 발표했다. 풍부한 외환보유고를 무기로 저개발국가들에 대한 대규모 차관을 제공하면서, SOC 투자 등을 통해 저개발 국가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

중국의 때 이른 대국굴기 위상 과시

원 차이나 깃발을 앞세우고 자국 내 소수민족, 대만과 홍콩을 압박하는 등의 위세도 과시했다. 군비 예산의 대규모 확충을 통해 첨단 전투기와 항공모함을 제작하고,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패권 과시를 하면서 필리핀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과의 군사적 마찰도 일으키고 있다. 일본과도 센카쿠 열도 관련 군사적 대치도 심각한 수준까지 이르렀었다.

미중무역전쟁 이전, 미 플로리다 웨스트 팜 비치의 마라라고(Mar-a-Lago)에서 함께 걸으며 대화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2017.04.07)(자료:AFP by Jim Watson) ⓒ스트레이트뉴스
미중무역전쟁 이전, 미 플로리다 웨스트 팜 비치의 마라라고(Mar-a-Lago)에서 함께 걸으며 대화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2017.04.07)(자료:AFP by Jim Watson) ⓒ스트레이트뉴스

중국은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가동해 고구려 역사를 자국 역사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무모함까지 서슴지 않았다.

시진핑은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펼치면서, 향후 100년 동안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자세를 유지하라는 주문을 잊었는지, 스스로 주체적으로 행동할 때가 됐다는 주동작위(主動作爲)의 자세를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과도한 세력 과시는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트럼프가 취임한 이후 G2간의 완력싸움은 이전보다 훨씬 강하게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 전략은 끝이 어딘지 도무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우리나라는 고도 성장기 시절 미국으로부터 관세보복, 수입 쿼타 제재, 특허권 분쟁, 덤핑판정으로 인한 불이익, 그리고, 이전가격세제 등의 공격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미국의 보복조치로 인한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중국도 우리나라처럼 미국의 이런 공격들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포털, SNS 또는 전자상거래 시장 문호는 개방하지 않아 미국의 불만을 사고 있다.

트럼프의 끝없는 중국 때리기

문제는 미국의 공격이 무역보복 수준에 그치지 않고, 아예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정치외교력은 물론 군사적 압박까지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중국해에서 항공모함이나 첨단 전폭기 출동 등의 군사력으로 중국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의 5G 확장을 막기 위해 백도어(Back-door)를 통해 국가기밀을 유출하고 있다는 명분을 앞세워 우방국들의 화웨이 제품 수입금지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일 미국 상원은 ‘외국기업 책임법(The 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을 통과시켰다. 미국 내 상장을 원하는 외국기업이 외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외국 정부의 소유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라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또한 외국 기업이 3년 연속으로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 감사를 받지 않을 경우 상장 폐지와 거래 금지 조치를 당할 수밖에 없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95%가 중국 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 감사를 받고 있는데, 미국 의 회계감독 당국은 중국 기업의 회계감사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으니 투명성 제고를 요구하라는 것이다. 결국 미국 회계법인을 통한 중국기업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브레이크없는 팍스아메리카

얼마 전 미국은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책임을 묻겠다는 엄포를 놓더니,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동맹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경제적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를 구축해 중국을 아예 글로벌 공급망, 즉 글로벌밸류체인에서 배제시키려는 노력까지 기울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 기술이 채택된 제품을 중국 기업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하고 있는가 하면, 미국 정부가 정한 블랙리스트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의 미국 내 경제활동을 제재하려는 조치도 취하려 하고 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를 견인하는 대형 이슈들(왼쪽부터 한일경제전쟁, 미중무역분쟁, 홍콩사태)(자료:philnews/연합뉴스/law)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대를 견인하는 대형 이슈들(왼쪽부터 한일경제전쟁, 미중무역분쟁, 홍콩사태)(자료:philnews/연합뉴스/law)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최근 미국 의회는 기존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대신할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를 통과시켰다. 골자는 멕시코 소재 기업들은 미국 수준의 노동 규제를 준수하지 않으면, 미국은 수입금지 조치까지 취하겠다는 것이다. 자국 이기주의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중국은 농산물을 비롯한 천문학적 규모의 수입 약속 등을 통해 미국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미국의 보복 강도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한편으로 미국 국채 매각 등의 강수를 들고 나왔지만 실행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중국도 나름대로의 미국의 공격과 관련해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중국도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켜 정면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홍콩에 부여한 특혜를 없애겠다고 맞서고 있다.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전략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들은 우방국가들을 상대로 자기편에 서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곤혹스러운 환경에 처해있다. 우리의 특수한 지정학적 환경적 영향 때문에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나라의 살림살이를 생각하면 중국과의 관계를 등한시할 수 없고, 정치 군사적으로 미국의 싸드배치나 미군 주둔비용 추가 부담 등의 요구도 외면할 없는 처지다. 그야말로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질 지경에 처한 것이다.

G2 양국은 전쟁까지 갈 생각은 없겠지만, 양국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처지다. 그렇다면, 어느 나라가 이 치킨게임의 승자가 될 것인가? 미국은 법치 국가이기 때문에, 설령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의회 결의를 거친 법을 파기시킬 수는 없다. 이점은 중국도 마찬가지로 홍콩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킬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반중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에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고, 중국도 홍콩보안법에 대한 한국의 이해와 지지를 요청하는 등 한국은 미·중 사이 선택을 강요받는 형국이다. 피할 수 있는 사안은 피하되 전략적 우선 순위를 재정리, 긴급하고 중요한 사안을 나눠 선별적으로 대응해온 한국은 미·중의 강한 압박에서 시름에 겨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볼 때 글로벌 패권 게임의 승자는 미국이 될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줄서기 게임에 참여해야만 한다면, 결정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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