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체제 다지기 위해 사업전략 변모 중
구광모 "위기 극복위해 사업방식·체질 변화"
'취할 건 취하고 버릴건 버린다' 전략 집중

서울 여의도 LG그룹 빌딩.
서울 여의도 LG그룹 빌딩.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체제를 맞아 냉철한 사업전략을 취하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구조조정하면서 ‘취할 건 취하고 버릴건 버린다’는 전략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변화의 속도를 높여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한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강점을 띈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는 정리하는 ‘취사선택’식 경영을 택했다.

이러한 경영 방식이 눈에 띄는 분야는 화학, 디스플레이, 전자다.

특히 LG는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4월에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신설하면서 탈LCD 소재전략에 나섰다. LCD 시장 악화가 가속화되고 OLED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디스플레이업체가 LCD 시장을 장악하면서 LCD소재 사업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이유도 있다.

LCD사업 매각도 본격화됐다. 지난 10일 LG화학은 중국 화학소재 기업인 산산과 11억달러(약1조3000억원)에 LCD 편광판 사업을 매각하기로 하고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은 지난 2월에는 LCD 컬러필터 감광재 사업을 중국 요케테크놀로지 자회사인 시양인터내셔널에 580억원에 매각했다. 유리기판 사업에서도 철수했다.

LG화학 측은 “IT소재 분야에서 OLED를 중심으로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편광판 사업은 국내 오창공장에서 생산되는 OLED 편광판을 주력사업으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도 경북 구미공단에 위치한 구미사업장 매각을 추진하면서 LCD사업 축소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3년간 휴업한 구미사업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미 LG디스플레이 구미 사업 장 6곳 중 3곳의 생산 가동이 중단됐다. 매각이 추진 중인 구미 2공장과 3공장은 소형 LCD 패널을 생산했던 곳이다.

LG디스플레이 측은 “생산 부지를 다른 기업이 인수하면 활용도 높아질 것”이라며 “건실한 기업이 재투자를 할 수 있도록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안으로 국내 TV용 LCD 패널 생산라인을 정리할 방침이다. 대신 새로운 먹거리이자 경쟁 우위에 선 OLED 사업 본격화로 강점을 더욱 강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에 이어 TV도 국내 생산을 사실상 중단한다.

지난달 LG전자는 경북 구미시 구미사업장 TV와 사이니지 생산라인을 6개에서 4개로 줄인다고 20일 밝혔다. 줄어든 TV생산 물량은 인도네시아 찌비뚱 공장으로 이전한다. LG전자는 이 공장을 아시아권 TV 거점 생산기지로 키울 방침이다

앞서 LG전자는 2019년에 스마트폰 국내 생산을 접었다. 경기 평택사업장에 있던 생산라인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옮기면서 제조원가 낮추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스마트폰과 TV생산에 있어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제조원가 등에서 해외 생산에 비해 경쟁우위가 떨어진다고 판단돼 해외 이전을 택한 것이다.

이렇듯 변화된 LG의 전략은 구광모 회장의 의지가 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9월 개최한 사장단 워크샵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고 사업 방식과 체질을 철저하게 변화시켜 나가야겠다”고 말했다. 사장단에게 그룹이 성장하기 위해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고 실행 속도를 한 차원 높여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또 구광모 회장은 현장 경영에 주력하면서 도전 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지난달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과감하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 ‘실패’라고 볼 수 있다”며 “사이언스파크만의 과감한 도전 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재계 한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경영방식을 보이고 있다”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승부수를 보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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