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스트레이트뉴스 이준혁 기자]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주택 수요가 늘지만 상업시설은 공실이 늘어난다는 전망이 나왔다. 비대면 소비물류 급증에 대한 해법으로 물류 시스템을 지하 터널로 구축하고 지상은 창의적으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함께 드론 택배를 2025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국토교통부 정책에 대해 "드론은 시끄러워서 쓸 수가 없다"며 드론을 띄워본 적 있냐는 반문도 제기됐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건축학과 교수는 4일 오후 세종컨벤션센터서 열린 국토교통부 주최 '도시와 집, 이동의 새로운 미래' 심포지엄에서 '포스트 코로나의 공간' 주제발표에서 이 같이 주장, 현장의 청중과 온라인 방송 시청자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

유 교수는 "과거부터 도시는 전염병과 기후변화라는 두 가지 요소에 의해 큰 변화를 겪었다"면서 "둘을 동시에 겪고 있는 '포스트코로나' 현시대는 앞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발제의 말문을 열었다.

◇'포스트코로나 심포지엄'에서 '포스트 코로나의 공간'을 주제로 발제 중인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사진=이준혁 기자)
◇'포스트코로나 심포지엄'에서 '포스트 코로나의 공간'을 주제로 발제 중인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사진=이준혁 기자)

◇"주거공간의 확대와 변화 필요해"

그는 "보통 도시는 주거공간 50%, 상업시설 30% 정도 비중이나 앞으로 주택 수요가 늘고 빈 상가가 많아져 상업시설 일부가 다른 용도로 쓰일 것"이라며 "현 아파트 평면도는 1970년대 만들어진, 가족들이 저녁과 주말에 머물게끔 설계한 구조다. 코로나19 국면에는 온라인수업·재택근무가 늘며 (이를 수용하고자) 기존 주거공간의 155%가량이 필요하게 됐다"고 주거공간의 확대와 변화를 주장했다.

또한 유 교수는 "앞으로 주거공간 유연성을 높이고자 주택은 벽식구조에서 기둥구조로 바뀔 것"이라면서 "개인이 각자 속옷 바람으로도 안전하게 자연환경을 느낄 수가 있도록 개별 테라스를 활용한 녹지공간 조성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별 테라스 구축에 대해 유 교수는 현재의 녹지공간은 퍼블릭 스페이스(Public Space :  공공 공간)에 대부분 구성돼 있으며, 이제 가정의 야외 테라스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필요성이 여러모로 커졌지만 현재 가정의 야외 테라스는 초고가 주택 위주로 만들어지고 있어 법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야외 테라스는 분양 면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건설업체들이 테라스를 만들지 않고 있다"면서 "테라스 건설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건폐율 등 관련 법을 손봐야 한다. 테라스 건설이 이득이 되도록 시장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코로나 심포지엄'에서 '포스트 코로나의 공간'을 주제로 발제 중인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사진=이준혁 기자)
◇'포스트코로나 심포지엄'에서 '포스트 코로나의 공간'을 주제로 발제 중인 유현준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사진=이준혁 기자)

◇로봇만 다니는 지하 물류터널 제안…"국토부 '드론택배' 헛소리"

유 교수는 언택트(Untact : 비대면) 문화 활성화에 따른 물류배송 시스템의 개선안으로 "지하에 자율주행 배송로봇이 다니는 통로를 조성하면 배송효율도 높일 수 있고 육상의 공간을 공원 등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며 로봇만 다니는 지하 물류터널을 제안했다.

그는 "전선도 지중화된다. 기술이 발달하면 눈에 안 보인다. 핸드폰의 키보드도 화면으로 들어갔다"며 "1세기 상수도, 18세기 하수도, 20세기 지하철을 만든 나라가 리드했다. 21세기에는 '자율주행 로봇 지하 물류 터널'이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 교수는 "물류를 드론이 대체할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헛소리다. 시끄러워서 쓸 수가 없다"고 직설적으로 일갈했다. 이 심포지엄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참석했고, 유 교수의 발제 때에는 방청석 앞 자리에 앉아서 경청 중이었다.

그는 "한 번이라도 드론을 띄워본 사람은 안다. 엄청 시끄럽다. 많은 물량을 드론으로 배송하면 살 수 없다"면서 "심리학자들도 '하늘에 떠 날아다니는 것은 심리적 불안을 만든다'고 한다. 기술로 소리를 없애도, 바람 때문에 먼지가 날려서 안 된다"고 부연했다.

공교롭게도 국토부는 이날 제2차 혁신성장전략회의서 차세대 모빌리티인 도심항공교통(이하 UAM : Urban Air Mobility)의 2025년 상용화를 주 내용으로 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을 확정‧발표했다. 드론택시와 드론택배를 2025년까지 상용화하는 게 핵심이다. 유 교수 제안과 주장은 국토부 발표에 정면 배치된 것이다.

한편 국토부가 주최하고 한국교통연구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등 4개 국책 연구기관이 공동 주관한 이번 심포지엄은 코로나19가 한국 국토·교통 분야에 미친 변화 양상과 대응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전문가, 국민과 함께 논의·공유하고자 마련됐다. 국토부는 이 행사가 '김 장관 제안으로 구성된 국토부 내 전담조직에서 약 2개월간 치열하게 논의한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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