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발견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유언장을 두고 '형제의 난'이 불거졌다.

신동빈 회장을 롯데그룹 후계자로 거론한 내용이 담긴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에 대해 신동주 회장 측이 인정하지 않으면서다.

24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신격호 명예회장이 지난 2000년 3월 자필로 작성하고 서명해 일본 도쿄 사무실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유언장이 최초로 발견됐다. 신 명예회장 사후 코로나19 사태로 지연됐던 사무실과 유품 정리를 하던 중 찾게 된 것이다.

유언장에는 신격호 명예회장이 "사후 한국과 일본, 그 외 지역의 롯데그룹 후계자를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같은 날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동빈 회장을 7월 1일 자로 롯데홀딩스 사장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롯데의 지주사인 롯데홀딩스를 직접 이끄는 단일 대표이사 사장이자 일본 롯데그룹의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실질적으로 신격호 명예회장의 역할을 이어 받아 수행하게 된 셈이다.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와 이사회가 끝난 뒤 화상회의 형식으로 유언장의 내용을 한일 양국의 롯데그룹 임원에게 전달했다.

그러면서 "더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창업주님의 뜻에 따라 그룹의 발전과 롯데그룹 전 직원의 내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유언장을 두고 "법률로 정해진 요건을 갖추지 못해 법적인 의미에서 유언으로서 효력을 가지지 않으며 그 내용 등에 대해서도 다수 사항이 지적된다"고 주장했다. 

신동주 회장 측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을 롯데그룹 후계자로 한다는 내용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생전에 밝혔던 의사와 반대된다.

신동주 회장은 "해당 유언장이 지난 2000년 3월 4일자로 작성돼 있지만 이후 2015년에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이 해직돼 이사회 결의의 유효성을 다투는 소송이 제기되는 사건도 발생하는 등 상황이 크게 변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격호 명예회장 서거 후 롯데그룹은 유언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표했는데 5개월 지난 뒤에야 롯데홀딩스가 지배하는 부지 내(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집무실 내 금고)에서 발견됐다고 주장하는 점이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지난 4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제출한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의 건과 이사 결격 사유를 신설하는 정관 변경의 건'을 담은 주주 제안서는 부결됐다.

앞서 신동주 회장은 지난 2015년 7월부터 2018년까지 5차례에 걸쳐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과 자신의 이사직 복귀를 시도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