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칼럼] 큰 불씨도 살려야 한다
[통일로 칼럼] 큰 불씨도 살려야 한다
  • 이호연 선임기자 (leehoyon84@daum.net)
  • 승인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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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코로나시대 대비, 국가 장기 재정계획 수립에 만전을 기해야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이호연 스트레이트뉴스 선임기자

“더 빠른 회복세, 더 높은 성장세, 더 강한 구조변혁”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5일 ‘제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코로나19에 시름에 겨운 국민에게 건낸 말이다. 이날 회의는 어느 때보다 엄숙하고 비장했다. 한국의 경제가 올해와 내년에 마이너스 2.1%와 3%로 역성장할 것이라는 IMF의 전망이 하루 전에 나온 터이다. 그의 화두는 국민의 눈과 귀를 끌기 충분했다.

국가 재원의 효율적 배분과 재정의 건전성 확보의 주무 부서인 기재부의 수장인 그는 코로나19로 벼랑길에 몰린 비상경제에서 경제 살리기와 신속한 위기대응의 선봉장으로 어느 하루도 편히 발을 뻗고 잠을 청한 적이 없었다. 코로나19사태 후 추경 등 전대미문의 거대 예산편성을 둘러싼 청와대와 국회와의 조율로 마음고생도 심했다. 

마스크 속에 부르튼 그의 입술은 언제 아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온 국민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사태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살림살이와 나라경제가 정상화하는 날을 향해 일선에서 뛰는 영웅은 비단 의료진과 소방관뿐만이 아니다. 비상경제 극복에 앞장선 문재인 대통령과 부처 장관을 포함, 충혈된 눈과 쪽잠의 국민 공복 모두가 이 시대의 영웅이다.

홍 부총리 등 기재부는 올해 엄중한 책무를 하나 더 짊어져야 한다. 국가의 중장기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용이 바로 그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부터 40 회계연도 이상의 기간을 대상으로 적어도 5년 단위의 장기 재정계획을 국회에 제출해야만 한다. 국회가 지난해 국가재정법을 개정, 2011년 국가재정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던 내용을 상위법에 명문화했기 때문이다. 

‘발등의 불’인 비상경제에 경제회복의 불씨를 살리면서 구멍나기 일보직전의 나라살림 위기를 보듬기에 눈코 뜰 새 없는 기재부가 올해 어떤 비전을 제시할 지 주목된다. 종전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회에 제출했던 기재부의 5년 단위 중기 재정계획은 지극히 단순한 가정 하에 ‘억지춘향식’의 짜깁기라는 비난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제시할 40년 이상의 장기 재정계획은 포스트코로나시대에 대한민국 재도약과 함께 국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틀이기에 허투루 내놓을 수 없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숫자놀음 뜬구름 잡기 '이제 그만'

자연생태계에서는 장구한 세월에 걸쳐 유전자 변형을 통해 종의 적자생존 여부가 결정된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경제생태계에서도 미래에 대한 예측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적절한 전략이 없다면, 누구든지 한 순간에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가계나 기업은 물론, 모든 나라의 정부도 살아남기 위해 미래 환경을 예측하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일류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의 서비스나 제품 포트폴리오로는 아무리 길어도 10년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구조조정, 리엔지니어링 또는 정보 전략계획을 수립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다양한 가정에 근거해 사전에 수립한 전략은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계획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좋다. 과거의 전략을 수정하는 피드백 노력은 다음 전략수립 시 중요한 학습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그 만큼 장기 전략계획 수립은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부총리 지명을 받고 국무조정실로 출근하던 2019년 11월 모습과 코로나19 비상경제시국에서 경제브리핑을 하던 최근의 모습.(사진 :뉴시스와 이투데이)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부총리 지명을 받고 국무조정실로 출근하던 2019년 11월 모습과 코로나19 비상경제시국에서 경제브리핑을 하던 최근의 얼굴. 격무로 부르튼 입술은 여전하나코로나19의 경제위기에 초췌한 모습에서 경제수장의 백척간두 진일보의 고뇌가 엿보인다. (사진 : 뉴시스와 이투데이)

 

장기계획은 고도의 국가재정의 결과물 

기업의 미래전략 계획 수립과정을 살펴보자. 기업은 가장 먼저 미래 기업의 중장기 목표와 비전을 설정한다. 다음 스와트(SWOT) 분석을 통해 사업환경을 분석하고, 전체 시장 수요 중에서 자사의 목표시장점유율(Market Share) 결정을 위해 STP 전략을 수립한다. STP란 시장세 분화(Market Segmentation), 목표 고객층 선정(Targeting), 그리고, 시장침투 전략 수립(Positioning)을 의미한다.

Positioning 전략은 기업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전략 변수로, 제품(Product)전략, 가격(Price) 전략, 유통경로(Place)전략, 그리고, 판매촉진(Promotion)전략을 포함한 4P's 전략을 의미한다. 적절한 4P's 전략의 결과물은 연도별 예상판매 수량과 매출액이다. 연도별 추정 매출액이 결정되면, 투자계획과 운영계획이 수립된다. 이 과정에서 투자계획은 중장기 가용 재원 범위 내에서 투자 우선순위에 따라 취사선택이 결정된다. 이런 일련의 사업계획이 확정된 이후, 재무계획은 기계적인 절차에 의해 작성된다. 

기획재정부가 중장기 국가발전전략계획도 없이 40년 장기 재정계획을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최근 수 십 년간 우리 정부는 제대로 된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을 발표한 적이 없다. 미래에 대한 과학적인 예측과 트렌드 변화에 대한 분석은 미래 전략 수립의 기초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없으니 적절한 대응 전략이 나올 리 만무하다. 중장기 전략이 없이 국정을 운영한다는 것은 미래 국가의 명운을 운에 맡긴 채 방향타 없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박정희 정권시절에는 기획예산처 중심으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했었다. 당시에는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중심으로 매 년 자원의 배분 전략방향을 수립했고, 예산편성이나 예산통제 프로세스 등의 피드백 절차도 나름 설득력 있게 운영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 국가중장기 발전전략 계획이 사라지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근본적인 중장기 국정운영방향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까닭에 우리나라의 예산 편성은 그 때 그 때 임기응변식으로 편성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장기 국가재정계획의 난맥상  

노무현 정부는 ‘비전 2030’이란 국가중장기발전전략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당시 낮은 지지율 때문에 구체적인 재원마련 대책이 부족하다는 혹독한 비판과 함께 빛을 발하지 못했다. 

MB정부 출범과 함께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되면서 국가 중장기 발전 전략계획은 정부조직법상 기획재정부가 담당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국가중장기 발전 전략계획 기능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담당했다. 그런데, 당시 미래기획위원회는 외부로부터 제출받은 용역보고서 몇 개를 단순히 보관만 하고 있을 뿐 공식적인 '우리나라의 국가중장기 발전전략계획'을 발표한 적이 없었다.

글로벌 팬데믹을 야기한 코로나19사태로 중장기 국가재정관리의 위기감이 고조 중이다. (연햡뉴스)
글로벌 팬데믹을 야기한 코로나19사태로 중장기 국가재정관리의 위기감이 고조 중이다. (연햡뉴스)

국정감사를 통해 이런 문제점에 대해 지적을 받고, 기획재정부는 2012년 조직개편을 통해 장기전략국을 신설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정부가 공식적인 국가중장기발전 전략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스스로 수행해야 할 본연의 책임을 다른 기관에 수행하도록 방치한 것이나, 조직을 신설하고도 국자중장기발전전략계획을 발표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태만이다.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은 포플리즘 사고에 편승해 근시안적인 공약들만 내 놓을 뿐 국가 중장기 비전이나 목표를 내 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반적인 국정 운영방향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는 힐책도 국가 중장기 전략계획이라는 기댈 지렛대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50년 장기전략에서 움직이는 중국와 일본

영국이나 핀란드 등의 선진국들은 50년 안팎을 내다보고 법에 근거해 국가장기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중국도 덩샤오핑이 수십년 앞을 내다보고 수립한 3단계 국가장기전략계획을 기반으로, 2020년의 샤오캉(小康)사회와 2050년의 따통(大同)사회라는 목표를 향하여 일사분란하게 나아가고 있다. 일본도 궁핍한 재정현황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고령화 문제해결을 위해 전담 장관직까지 신설해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최근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진정한 국가장기발전 전략계획은 엄격한 국가재정운용준칙과 국가 부채관리 기준, 예측가능한 중장기 세제, 그리고, 성과주의 예산회계제도 등의 제도와 수미일관하게 연계되어 구체적인 실현가능성이 확보되어야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국가장기발전 전략계획은 국회의 승인을 받는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런 절차는 형식적이란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국민적 합의를 받아 정책의 일관성 확보와 예측 가능한 정치 구현을 위한 담론의 장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단 한 순간도 긴장감을 놓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25일 회의에서 “모두가 어려운 상황 하에서 ‘우리는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더 강한 구조변혁을 이뤄내도록 진력해 나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40년 회계연도의 국가장기재정계획도 예외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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