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3월부터 셧다운에 체불 임금 문제 겪어
이스타항공 노조 "제주항공, 이스타 셧다운·구조조정 지시"
제주항공 "구조조정, 애초에 이스타항공 계획"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간 인수합병(M&A)가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나란히 서 있는 제주항공-이스타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간 인수합병(M&A)가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나란히 서 있는 제주항공-이스타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간 인수합병(M&A)이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과 구조조정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M&A가 사실상 무산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 탓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6일 "제주항공이 셧다운과 구조조정을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양사 대표 간 통화 녹취와 경영진 회의록을 공개했다.

이 녹취파일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셧다운을 지시하고, 이스타항공의 직원 체불 임금도 제주항공이 맡겠다는 발언이 담겼다.

이러한 발언은 기존의 체불임금 해소가 이스타항공의 몫이라는 제주항공의 기존 주장과 반대되는 내용이기에 파장이 일고 있다.

이에 제주항공은 "노조의 주장과 달리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은 준비된 사안"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SPA(주식매매계약)가 체결된 3월2일 이전 이스타항공에서 기재 조기 반납을 결정한 시기에 이미 작성된 파일"이라며 "노조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이를 요구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권한과 계약서상 조항도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제주항공은 M&A 지연 책임이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이스타항공의 책임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스타항공 노조의 폭로로 인해 제주항공도 M&A 지연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이렇듯 이스타의 체불임금 및 희망퇴직과 관련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6일, 이스타항공의 신규 이사와 감사 선임을 위해 소집한 임시 주주총회가 무산되기도 했다. 이는 제주항공이 이사·감사 후보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안건 의결 없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이에 항공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항공업황 자체가 타격을 입고 자금 순환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간 인수합병이 아예 불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부터 국제선과 국내선 운항을 중단하면서 셧다운에 돌입해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이에 직원 급여도 지난 3월부터는 아예 지급하지 못한 상황이다.

사실상 이스타항공은 인수가 안 되면 파산 가능성이 높다. 이에 실직 위기에 몰린 이스타항공 노조가 제주항공에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제주항공은 오는 15일까지 이스타항공에 “선행 조건을 이행해야 M&A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렇듯 양사의 M&A 진실 공방전이 커지고 있어 계약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 3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차례로 만나 M&A 성사를 당부한 만큼 양사가 막판 극적 타협을 통해 M&A를 마무리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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