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선결 조건 데드라인 앞둬
미지급금 축소 노력에도 협상 어려워
이스타항공 인수 불발시 파산 가능성↑

이스타항공의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연합뉴스
이스타항공의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이스타항공의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이날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통보한 인수합병(M&A) 선결 조건 이행 시한인 7월 15일이다. 제주항공의 최후통첩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위기를 맞은 이스타항공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두 업체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M&A가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열흘 내로 미지급금 해소를 포함한 선결조건을 이행해야만 M&A 계약을 재개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제주항공이 요구한 선결조건을 이스타항공이 해결하기 위해서는 약 170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약 260억원의 직원 체불임금을 비롯해 조업료, 유류비, 공항시설 이용료 등 총 1700억원 가량을 연체 중이다.

이에 이스타항공은 미지급금 규모를 낮추고자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 반납 동의서를 받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또 항공기 리스사와 국토교통부에 비용 감면을 요청했고 관계사와도 조업, 유류비 등 연체대금 협의에 나섰다.

이스타항공 노조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제주항공이 인수 이후 추가 인력 구조 조정을 하지 않고 총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확약을 한다는 전제 하에 체불 임금 일부 반납 등 고통 분담을 협의할 용의가 있다"며 체불 임금 일부를 반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의 노력에도 필요한 금액을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간 분쟁도 M&A 불발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스타항공 노조는 ‘국토교통부 운수권 배분에서 제주항공이 25개 노선 가운데 11개 노선을 배정받는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을 내며 제주항공을 저격했다.

이에 제주항공은 입장자료를 통해 운수권 배분 당시 제주항공이 배정받은 11개 노선 중 김포∼가오슝, 부산∼상하이 노선을 제외한 9개 노선은 다른 항공사에서 신청하지 않은 단독 신청 노선이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그동안 국토부의 운수권 배분 과정에서 제주항공이 이원5자유(현지 승객을 제3국으로 실어나를 수 있는 권리) 운수권을 독점적으로 배분받은 것은 이스타항공 인수에 어려움을 겪는 제주항공을 위한 정책적 특혜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국토부가 타 항공사가 신청하지 않은 노선을 신청한 항공사에 바로 운수권을 배정한다”면서 “제주항공은 총 13개 노선을 신청했고 이중 경합 노선이 4개, 9개가 단독 신청한 비경합 노선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렇듯 양사의 의견충돌에 미지급금 납부 문제까지 겹치면서 업계는 제주항공이 계약 파기를 공식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제주항공도 코로나19의 여파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은 인수가 불발되면 파산 가능성이 높다. 이스타항공은 올 1분기 자본총계 -1042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 상황에서 새 인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가 파국을 맞이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변수는 정부의 개입이다.

정부는 추가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며 인수 성사를 위한 중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기존에 지원하기로 한 인수 금융 1700억원 외에 추가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강행할 경우 경영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금액을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최대한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민간 업체의 M&A에 정부가 개입해 금융지원을 하는 등 특혜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은 부담요소다.

이에 일부 항공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제주항공도 전날 “선결 조건 시한인 15일 자정을 넘길 경우에도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길 뿐 계약이 자동 파기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일단 시한까지 이스타항공의 입장을 기다린 다음, 인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만약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시나리오에서도 제주항공의 유동성 위기는 큰 걸림목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65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분기에도 800억이 넘는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하반기에도 실적회복 가능성이 낮아 영업적자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두 업체의 M&A로 양사 모두 생존의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도 있다.

이에 한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모두 상황이 여의치 않아 M&A가 극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면서 “급반전을 위한 오너의 사재 출연, 정부의 추가지원이 필요한데 이것도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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