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를 태워 초래한 기후변화가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생물종을 대멸종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임박한 현실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산업계가 탄소 제로 경제로의 전환에 앞장서고 있어 주목된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이른바 '그린-디지털 산업혁명'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 패러다임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산업계의 새로운 움직임을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배터리를 들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직원. SK이노베이션 제공
배터리를 들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직원. SK이노베이션 제공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SK이노베이션 서산 공장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역사의 산실이다. 전기차 시장이 태동하기 시작하던 때부터 지난해말 중국과 헝가리에 글로벌 생산거점이 들어서기 전까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을 담당하며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된 곳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2년 서산일반산업단지내 23만1400m2 규모 입주면적 중 5만여m2 부지에 배터리 200MWh 규모 양산라인을 구축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수주한 물량에 대해서 생산설비를 증설하는 ‘선수주 후증설’ 전략을 취하고있다. 수주물량이 크게 증가하던 2010년대 중반부터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고 2018년에는 연간 생산능력을 4.7GWh로 크게 확대했다.

여기에 지난해말 중국과 헝가리에 각각 7.5GWh 규모 공장을 완공하면서 현재 생산능력을 19.7GWh로 크게 키웠다. 탄탄한 기술력을 시장에서 인정받고, 빠른 투자를 이어가며 글로벌 20GWh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지금도 SK이노베이션은 중국, 헝가리, 미국 등 글로벌 거점에 배터리 공장을 계속해서 짓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조지아주에 11.7GWh규모 제2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공장 9.8GWh를 더해 미국에서만 연간 43만대(대당 50KWh 기준) 전기차에 납품할 수 있는 배터리 생산라인을 갖춘다. 이에 따라 2023년 총 생산능력은 71GWh 규모로 늘고, 2025년에는 100GWh가 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베이징 자동차를 비롯해 다임러, 폭스바겐, 포드, 현대기아차, 페라리 등 글로벌 혁신 자동차 브랜드와 파트너를 맺고 있다. 이 회사들이 만드는 자동차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상당부분 들어간다. 이미 확정된 납품 물량을 의미하는 수주잔고는 2018년말 320GWh에서 2019년말 500GWh규모로 껑충 뛰었다. 이는 대당 50KWh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1000만대 분량이다.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개발 역사 및 경쟁력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서는 후발주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미 1992년부터 전기차 개발과 연구를 시작했다. 1993년에는 한 번 충전으로 약 12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와 배터리를 개발했다. 본격적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를 시작한 시기는 2010년대 초반으로 글로벌 업체들과 비슷한 시기다. 실제로 국내 최초 양산형 순수전기차인 현대 블루온에도 배터리를 납품했고 다임러그룹의 벤츠 전기차 모델에도 배터리를 공급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랜 기간 화학 제품들을 만들며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배터리 기술력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현재 리튬이온배터리 종류중 가장 일반적인 삼원계(니켈, 코발트, 망간)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에서 니켈 비중을 늘려 배터리의 힘과 주행거리를 확대하는 니켈 기술력은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2012년 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을 각각 60%, 20%, 20%로 배합한 NCM622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2014년 양산에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보다 진화한 NCM811(니켈 80%, 코발트 10%, 망간 10%)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도 2016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2018년부터 양산 중이다. 더 나아가 지난해에는 NCM9 1/2 1/2(구반반; 니켈 90%, 코발트 5%, 망간 5%)양극재를 채택한 배터리 개발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를 크게 늘린다. 한 번 충전만으로도 500~7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3세대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 3세대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만큼 긴 주행거리를 확보해 편리하다. 이를테면 충전 없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3세대 전기차가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열 것으로 전망한다. SK이노베이션은 NCM9 1/2 1/2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를 다음해부터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NCM9 1/2 1/2에 이어 니켈 비중을 90% 중반대까지 높인 초고밀도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더불어 에너지밀도를 높이기 위해 음극재에 Si를 첨가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규소를 음극재에 적용하면 현재 배터리 음극재에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흑연을 넣을때보다 에너지밀도가 4배로 높아진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통해 한 번 충전으로 700km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하고 이와 더불어 단 10분 충전으로 300km를 주행할 수 있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서산 배터리 공장.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의 서산 배터리 공장. SK이노베이션 제공

◇파죽지세 성장…글로벌 TOP 4위 전망도 ‘솔솔’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기술력으로 잇단 대형 수주를 따내며 가파른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4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사용량 기준 5위까지 껑충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5월에도 6위를 차지했다. 올해 누적순위는 7위다. 지난해 연간 사용량으로 처음 10위에 진입한데 이어 가파른 성장세를 그리고 있다.

SNE리서치는 배터리 시장이 만개하는 2030년에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4위까지 순위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보다 더 나아가 2025년 글로벌 톱3 배터리 제조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단순히 배터리를 제조하는 것을 넘어 사용하고 난 폐배터리에서 원료를 추출하고 폐배터리를 활용한 신개념 서비스 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폐배터리 양극에서 고농도 수산화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현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원재료를 추출하는 기술은 상용화됐으나 고순도 수산화리튬으로 회수하는 기술을 갖춘 업체는 아직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안으로 이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또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를 수집해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는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으로 만드는 ‘Baas(Battery as a Service)’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공단은 폐배터리 시장이 2030년에 올해보다 약 46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초기에 도입된 전기차의 폐차 시기가 다가오고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앞으로 폐배터리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SKBA 공사현장(미국 조지아 공장). SK이노베이션
SKBA 공사현장(미국 조지아 공장). SK이노베이션

 ◇고성능 배터리 만들기 위한 핵심 소재 분리막도 성장 중

SK이노베이션이 이처럼 고성능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배경에는 배터리에서 안전성과 성능을 담당하는 고성능 분리막을 제조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는 IT 및 전기차용 이차전지 배터리 핵심소재로 꼽히는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thium -ion Battery Separator, 이하 LiBS)를 제조하는 국내 유일의 회사이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Top-Tier(최고 등급)로 꼽히는 기술력을 보유했다.

SKIET는 2004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세 번째로 LiBS 생산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2007년 분리막을 좌우로 늘리고 상하로 균등하게 늘려 두께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도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축차 연신’ 공정을 늘리는 세계 최초로 완성했다. 세계 최초로 머리카락의 약 20분의 1 두께인 5μm(마이크로미터) 박막 제품을 개발했다. 또 분리막 양면을 동시에 코팅하는 기술을 상업화 하는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LiBS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에 SKIET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따른 이차전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충북 증평, 중국, 폴란드 등 국내외 신증설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최근 충북 증평에 12, 13호 라인을 가동하며 분리막 생산능력을 기존 연 3억6000만㎡에서 5억3000만㎡로 확대했다. 해외 사업장은 중국 창저우 공장을 올해 4분기 중 상업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폴란드 실롱스크주에도 분리막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들 글로벌 생산거점이 모두 완공되는 2021년 하반기에는 연간 생산능력이 12억1000만㎡로 크게 증가하게 된다.

시장조사기관 TSR(Techno System Research)은 SKIET가 올해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습식 중대형 분리막 시장에서 점유율 40.7%를 기록, 2위인 일본 아사히카세이(20.7%)를 두배 이상 앞서며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대형 습식 분리막은 전기차를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SKIET는 주로 전기차 배터리에 공급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어려울 때일수록 딥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혁신)를 위한 미래 성쟝동력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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