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인사청문회서 튀어나온 '주체사상 전향' 질문
민주당 "통합당 정강 잉크도 안 말랐는데 저열한 색깔론"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전성남 선임기자] 2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태영호 의원을 비롯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사상 검증'식의 질문을 던진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크게 반발했다. 

태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에게 "언제 어디서 주체사상을 버렸느냐,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라는 공개선언을 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박진 의원도 이 후보자에게 "이승만 정권은 괴뢰정권이냐"고 물었고,  조태용 의원은 더 나아가 이 후보자의 전대협 의장 경력을 걸고 넘어지며 전대협이 이적단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을 중지하라며 태 의원을 비롯한 통합당 의원들을 비난하고, 해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와 당 차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허윤정 대변인은 청문회가 끝난 후 논평에서 "2016년 8월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의원이 탈북 전 '교육' 받았던 내용으로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을 사상검증 하는 것을 두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문정복 의원은 자신의 SNS에 "변절자의 발악으로 보였다"며 "북에서 대접받고 살다가 도피한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다"라고 비난했다가 논란이 되자 나중에 글을 지웠다.

다음날인 24일에도 태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는 그치지 않았다.

박광온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상전향을 공개 선언하라는 것은 언어폭력이자 과거 인민재판 때나 있었던 망발"이라고 비난했다.

이형석 최고위원은 태 의원을 향해 "지난번엔 살아있는 북측지도자를 말 한마디로 사망하게 해서 안보 불안을 야기하더니 이번엔 아무런 근거와 논리적 맥락도 없이 사상 검증이라는 색깔론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통합당은 소속의원들이 인사검증을 위해 던진 질문에 대해 민주당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색깔론으로 확대되는 것을 애써 차단하려는 눈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뭐만 하면 색깔론이라며 피해 가는 것이 훨씬 잘못된 것"이라며 "통일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에 임명된 사람이 북한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당연히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도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확신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을 질문한 것"이라며 "이 질문에 굉장히 날카롭게,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 잘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의 이같은 인식에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이미지 쇄신을 천명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표현으로 냉전시대 색깔론이나 동원하는 구태정당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총선에서 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바 있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SNS에서 "사상전향을 요구하는 건 냉전 시대 색깔론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라며 "생각의 변화를 이른바 사상검증의 잣대로, 전향선언 방식으로 요구하는 것은 중세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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