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세금 등으로 묶어 보지만 넘쳐나는 유동성에 정책 약효 안먹혀
무주택자는 상대적 박탈감, 유주택자는 퇴로없는 규제 일변도에 불만

준공된지 15년 된 서울 서대문구 래미안남가좌2차 아파트.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이 아파트 59.788㎡(이하 전용면적)형은 지난 6월 8억2800만원(13층)과 8억3500만원(6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5억5000만원선에 거래가 이뤄졌던 아파트다. 하지만 2년 후인 지난해 7월 7억원선으로 오르더니 1년만에 다시 1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단순하게 보더라도 이 아파트를 사려면 3년 전보다 2억8000만원을 더 줘야 한다. 매년 1억원에 가까운, 어지간한 직장인이라면 꿈도 꾸기 어려운 연봉보다 더 오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모두 22차례.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을 늘리고 전매제한 등 청약제도를 강화하고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옥죄는 정책을 쏟아냈지만 아파트값은 정부 정책을 비웃기나 하듯 오히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무주택자들은 무택자대로, 집이 있는 사람은 집이 있는 사람대로 모두 불만이다. 집 없는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에, 유주택자들은 퇴로없는 규제 일변도 정책에 대한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전문가들은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만한 상품이 없다고 느끼고 있고,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가 없고,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서울 등 수도권과 일부 지방에서의 아파트값 상승 배경에는 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공급 부족 우려와 이에 따른 2030세대의 매매 거래 증가가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근로소득 수익률에 비해 부동산을 통한 자본이득과 투자수익률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화된 저금리 현상과 3000조를 넘어선 과잉 유동성이 주택시장에 유입되면서  집값 오름세도 장기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출옥죄기와 세금 부담 등으로 묶어 보려고 했지만 넘쳐나는 유동성에 정책의 약효가 먹히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규제 정책이 이른바, 풍선효과를 낳으며 아파트값 상승세가 서울 외곽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경기도 군포시 금정동(산본신도시) 무궁화주공1단지아파트. 이 아파트 74.91㎡는 지난 6월 4억6500만원에 거래가 됐다. 3년 전 3억4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2500만원이나 올랐다.

산본신도시 전경. 산본신도시 아파트값도 '풍선효과'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금정역 개발) 개발 호재,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근 큰 폭으로 올랐다.
산본신도시 전경. 산본신도시 아파트값도 '풍선효과'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금정역 개발) 개발 호재,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최근 큰 폭으로 올랐다.

산본신도시는아파트값 변동이 거의 없을 정도로 1기 신도시 중에서도 관심 밖의 지역으로 꼽혔던 곳. 하지만 수용성(수원·용인·성남)과 안양 등 인근 지역 아파트값 급등, 고가 아파트 중심의 규제정책에 따른 '풍선효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금정역 개발) 개발 호재, 여기에 아파트 리모델링사업 추진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아파트값도 최근 큰 폭으로 올랐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투기적 가수요를 방지하기 위해 대출과 세제규제를 강화했지만 비규제지역에 풍선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수요자들도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그리고 규제가 더 강화되기 전에 서둘러 구입하려는 분위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남가좌동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A대표는 "정부에서는 주택 과잉공급이라고 하지만 서울을 보면 여전히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아파트는 부족한 상황인데, 규제만 한다고 막을 수는 없다"며 "규제와 함께 수요에 맞는 물량을 공급해주고, 또 다주택자들도 정부의 의도대로 집을 팔 수 있는 돌파구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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