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공정거래법 위반 SPC에 647억 과징금...허영인 회장 등 고발
통행세 거래·상표권 무상제공 등 SPC삼립에 414억 규모 일감 몰아줘

허영인 SPC그룹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스트레이트뉴스 오세영 기자] SPC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SPC삼립(이하 삼립)에 7년 동안 부당하게 수백억원의 이익을 몰아준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역대 최대 과징금을 물고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그룹 내 부당지원행위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SPC그룹에 총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허영인 회장·조상호 총괄사장·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와 파리크라상·SPL·BR코리아 등 3개 계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삼립은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다. 허영인 회장의 장남인 허진수 부사장과 차남인 허희수 전 부사장이 각 11.5%, 11.4%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기업집단 SPC그룹에 총수가 관여해 삼립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식을 결정하고 그룹 차원에서 이를 실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7년 동안 지속된 지원행위를 통해 삼립에 총 414억원의 과다한 이익이 제공됐으며 밀가루․액란 등 원재료시장의 상당부분이 봉쇄돼 경쟁사업자와 특히 중소기업의 경쟁기반 침해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계열사를 통한 '통행세 거래'로 381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삼립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SPC그룹은 지난 2013년 9월부터 2018년 7월까지 파리크라상·SPL·BR코리아 등 3개 제빵계열사가 밀다원과 에그팜 등 8개 생산계열사 제품을 구입할 때 굳이 중간단계로 삼립을 통하도록 했다.

삼립은 생산계열사에서 밀가루를 740원에 구매한 뒤 제빵계열사에게 39원을 올린 779원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겼다. 삼립은 이같은 '통행세 거래'로 210개 제품에 대해 연평균 9%에 달하는 마진을 챙겼다.

이에 대해 SPC그룹은 "삼립이 생산계획을 수립하고 제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삼립이 생산계획 수립부터 재고관리, 영업 등 중간 유통업체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통행세 거래'의 결과로 삼립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격히 증가했다. 더불어 제빵계열사의 원재료 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제품의 가격도 높은 상태로 유지됐다.

공정위는 이를 두고 허영인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의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허영인 회장이 그룹 주요회의체인 주간경영회의와 주요 계열사 경영회의에 참석해(부당 내부거래 관련)주요 사항을 보고 받은 뒤 의사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계열사인 샤니는 지난 2011년 4월 상표권을 삼립에 8년 동안 무상으로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판매망도 정상가인 40억6000만원보다 낮은 28억5000만원에 양도했다.

판매망 통합 이후 삼립은 양산빵 시장에서 점유율 73%의 1위 사업자로 발돋움했다. 영업성과도 개선됐다. 반면 샤니는 0.5%의 낮은 영업이익률로 삼립에 빵을 공급하는 제조공장 역할에 그치게 됐다.

SPC그룹은 지난 2012년 12월 계열사인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정상가격인 주당 404원보다 낮은 255원 가격으로 삼립에 양도하도록 했다. 삼립에 총 20억원을 지원한 셈이다.

삼립이 밀다원 주식을 100% 보유하면 밀다원이 삼립에 판 밀가루 매출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므로 통행세 거래 구조를 마련하기에 앞서 주식 양도를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SPC그룹 전반적으로 이런 일감 몰아주기가 일어난 이유에 대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주가 높이기로 보고 있다. 공정위는 SPC가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삼립의 주가를 높여 총수 2세가 보유한 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의 주식으로 바꾸려는 목적으로 부당지원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100% 가진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늘릴 경우 총수 일가 지배력이 유지되고 경영권 승계에 유리해진다는 점에서다. SPC그룹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지난 2010년 2693억원을 나타냈던 삼립의 매출액은 2017년 1조101억원으로 크게 올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4억원에서 287억원으로 증가했다.

주가도 폭등했다. 지난 2011년 초반 1만원대였던 삼립 주식은 2015년 8월 41만1500원을 찍는 등 40배 넘게 올랐다.

삼립이 계열사간 재료·제품 거래의 중간단계 역할을 하면서 계란, 잼 등 원재료를 파는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정진욱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SPC그룹에 대한 제재 조치에 대해 "대기업집단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중견기업집단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 것"이라며 "통행세 거래 시정으로 소비자에게 저가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제빵 원재료 시장 개방도가 높아져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도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PC그룹 관계자는 "판매망과 지분 양도의 경우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적법 여부에 대한 자문을 거쳐 객관적으로 이뤄졌고 계열사 간 거래 역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라며 "삼립은 총수 일가 지분이 적고 상장회사이므로 승계 수단이 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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