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2차배터리’ 경쟁
기술 개발과 특허권 경쟁이 바로 수익으로 연결
3사 협력 어려워…완성차-배터리 협력 가능성 주목

LG화학ㆍ삼성SDIㆍSK이노베이션 국내 배터리 3사. 연합뉴스
LG화학ㆍ삼성SDIㆍSK이노베이션 국내 배터리 3사.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대기오염 등을 불러일으키는 내연차의 시대가 흔들리면서 전기차 시대가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완성차 업계는 재빠르게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의 내연차의 핵심은 엔진이다. 이러한 전기차의 엔진 역할은 이제 배터리가 맡는다. 그만큼 배터리는 ‘포스트 반도체’로 꼽히며 미래 먹거리이자 친환경에너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2025년에는 배터리 시장 규모가 약 180조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할 만큼 기대감이 크다.

국내에서 자동차 배터리를 제조 중인 기업은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3사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34.7%에 달한다. 특히 올해 5월까지 누계 점유율에서 LG화학이 24.2%를 차지하며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SDI가 6.4%, SK이노베이션이 4.1%다.

전 세계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할 수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뿐으로 평가된다. 우리 기업들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배터리 관련 기술력이 낮아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했다. 그러나 연구개발 및 선제적 투자, 생산체계 구축, 완성차 업계와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견고한 역량을 갖추게 됐다.

이렇듯 기대가 큰 배터리 사업이다 보니 이를 단순한 기업간 경쟁보다는 ‘국가대항전’처럼 바라보는 인식도 크다. 기업 간 경쟁에서 더 나아가 협력을 통해 K-배터리 사업을 강화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배터리 업계간 협업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국내 배터리3사는 서로 협업하기 보다는 경쟁과 소송에 더 몰입하고 있다. 그 이유는 기술 개발과 특허권 경쟁이 바로 수익으로 연결되는 업황 탓이 크다, 게다가 국내 배터리3사가 공략 중인 시장은 유럽, 북미 등이다. 이들의 판매처가 중복되는 상황에서 서로가 주요 경쟁사인 상황이다. 협력보다는 경쟁이 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다,

특히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핵심기술 유출 논란으로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다.

양사는 이미 2017년부터 채용, 영업비밀 침해 등으로 소송전을 벌여왔다. LG화학은 2017년에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전직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핵심 인력 76명을 빼갔고, 이 과정에서 LG화학의 핵심 기술 자료를 유출했다며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ITC에서 진행 중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양사 협상이 이뤄지고 있으며 10월 ITC의 최종 판결 이전에 합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LG화학 측은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10월 최종판결 전 협상을 통해 합의할 수 있다"며 "합의는 객관적인 근거를 토대로 합리적인 수준이라면 가능하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소송에 대해서 밝힌 구체적 내용은 없다. 간략하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언급하기만 했다.

이외에도 국내 외에서 양사는 여러 건의 소송으로 맞붙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양 사의 소송 비용은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배터리 시장도 기존의 반도체 시장처럼 기술 경쟁력을 갖춘 소수의 업체가 시장을 석권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기업의 생존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 국가적 협력보다는 경쟁이 더욱 강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지난해 1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지난해 1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배터리3사 동맹 어려워…완성차-배터리 협력 가능성에 기대

업계에서는 국내 배터리3사의 동맹은 사실상 허상에 가깝다고 본다. 차라리 글로벌 추세인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 간 합작사 등 협력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업계에서는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는 구조가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자동차 업계가 협력에 나섰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의 오너들과 회동을 가지면서 차세대 배터리 확보 경쟁에 앞서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에게 안정적 배터리 공급이 필수적인 만큼 필요한 양을 공급받지 못하면 제조 생산라인 자체가 멈춰 설 수 있다. 이에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배터리 업체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공급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따라 현대차도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국내 배터리 3사 중 합작법인 파트너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에는 현대차와 LG화학 간 합작법인 설립이 추진됐다가 무산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외에도 자체 배터리공장을 보유 중인 LG화학은 GM과 합작사 설립에 합의했다. 미국 조지아에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 중인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 포드와 배터리셀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렇듯 합작사 설립 형태로 배터리 공장을 지으면 각 회사별 비용과 책임을 분담할 수 있다. 다만 여기에 따른 기술 유출 우려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은 단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럽과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역량 강화에 나서면서 국내 배터리3사도 긴장하고 있다”면서 “이에 K배터리-자동차 동맹에 큰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더욱 큰 동맹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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