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계좌 발급·이체·결제 등 금융서비스 가능
정부, 양사에 30만원 한도 외상거래 허용
기존 금융권 긴장…"빅테크 기업에 역차별 당해"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국내를 대표하는 ICT(정보통신기술) 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기술 중심의 금융서비스인 ‘테크핀’을 앞세워 금융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정보통신기업)’에 30만원 한도의 ‘후불결제 서비스’를 허용해주면서 사실상 카드사 업무도 할 수 있게 했다. 이에 기존 금융권도 긴장감을 높이며 역차별 가능성 등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신설 업종 및 사업자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전자금융법 개정을 통해 금융위는 빅테크·핀테크 등 사업 참여자들을 규제 체계에 편입해 기존 금융회사와의 공정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예금·대출 업무를 제외한 모든 은행 업무를 할 수 있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도 새롭게 등장하게 된다.

기존에 빅테크·핀테크 업체 등 전자금융업자는 은행 등 금융회사와 연계해야만 계좌 개설이 가능했다. 네이버 파이낸셜의 ‘미래에셋대우CMA 네이버통장’가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이제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지정되면 직접 계좌를 발급하고 이체, 결제 등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이번 개정을 통해 '○○페이' 등에 최대 30만원의 소액 후불결제 기능이 새로 추가됐다. 선불전자지급수단(선불카드)의 충전한도도 기존 2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확대됐다.

즉, 이들 업체들은 소액의 외상거래가 가능해 카드사 업무도 담당하게 된다.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가 금융사업에 진출해왔던 만큼 후불결제 도입과 선불 충전 한도 상향으로 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네이버는 금융특화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네이버 통장을 선보였다. 여기에 결제 분야에서 ‘네이버페이’가 자리를 잡았다. 네이버 통장을 비롯해 주식, 보험, 신용카드 등 다른 금융상품도 출시해 종합 금융플랫폼으로 나아간다는 게 네이버의 목표다.

게다가 네이버는 자사 쇼핑몰에 입점한 중소 판매자 대상으로 대출 상품을 최근 내놨다. 기존 금융권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중소 상공인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도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설립해 금융시장에 나섰다. 여기에 디지털 보험사를 설립해 금융시장업에 본격적으로 자림매김하겠다는 목표다.

카카오는 지난 2월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사명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바꾸고 디지털 보험사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카카오페이증권은 100만개에 가까운 계좌가 발급되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렇듯 네이버와 카카오의 금융업 진출은 기존에 갖췄던 기술 기반 서비스에 금융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해 기존의 금융사들과는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기업은 자체적인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 성향, 관심사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데이터의 금융화’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단순히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돈이 되는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맞춤형 서비스 및 상품을 통해 보다 좋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금융업 진출은 과거에 금융업계가 IT 기술을 대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가고 있다”면서 “그간 금융업계가 핀테크 기업과의 경쟁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는 식”이라고 평가했다.

◇기존 금융권 긴장…“빅테크 기업에 역차별 당해”

빅테크 기업의 부상에 전통의 금융지주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등 IT 투자에 더욱 집중하는 등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다만 금융업계는 금융당국이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 위주의 육성 정책이 이뤄지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지난 2일 한국금융연구원 이보미 연구위원은 정기 간행물 ‘금융브리프’ 중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제공하는 금융서비스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금융 서비스에 충분한 규제·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보미 연구위원은 “국내 플랫폼 기업은 금융업을 직접 영위하기보다는 제휴 금융회사의 상품 판매 채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플랫폼 기업과 금융회사 간 직접 경쟁에 따른 위험뿐만 아니라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방식의 금융상품 판매 때문에 발생할 위험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온라인 플랫폼의 금융상품 연계·판매 행위에 대해 별도의 규제·감독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빅테크 기업의 금융권 서비스에 대한 기존 금융권의 반발도 크다. 기존 금융권은 빅테크 기업이 은행업 인가를 받은 것도 아니면서 은행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꼼수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제휴 형태로 빅테크 업체의 금융시장 진입하는 것을 허용하게 만들면서 사실상 ‘우회진출’의 길을 열어줬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런 반발에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미래에셋대우 등 기존 금융사와 제휴하는 것이니 '협력관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과는 달리 여전히 기존 금융권의 IT인력, 특히 개발자 인력 비중이 낮아 혁신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된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경우 2019년을 기준으로 개발자 비율은 전체 직원의 41%에 달한다. 금융사의 개발자 인력 비율이 5~10% 이내인 것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가 발생한다.

한편, 빅테크 업계는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공정경쟁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사도 디지털 금융 시장에서 더욱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금융권은 빅테크에만 유리한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기 보다는 구체적인 시행령을 마련하는데 업계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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