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공사도 구분 못하는 지도자라는 말을 더 듣기 원하는가

지난 2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현기환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이 돌연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정인즉슨, 시장은 누리과정 예산 갈등과 관련해 일부 국무위원과 청와대 참모,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날선 공방을 벌인 부분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고 한다. 박 시장이 전체회의 소집 등 소통을 통한 해결을 주문한 게 주제넘은 발언 아니냐는 것이다.

그의 무례 행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현 수석은 지난해에도 입법부 수장인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 면담을 하고 노동법과 경제활성활법, 테러방지법 등을 직권상정해 처리해달라면서 겁박에 가까운 언행을 한 적도 있다.

유신 독재시대도 아니고 엄연히 삼권분립이 명백히 존재하는데 불구하고 국회 관계에서 메신저 역할을 담당하는 현 수석의 접근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의 생일인 2일 오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보내는 축하 난을 박수현(왼쪽) 비서실장과 김성수 대변인이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 분수대에서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또한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박 대통령 64번째 생일 날 보낸 축하난을 3차례 거절한 장본인으로 지목된 이도 현기환 정무수석이라고 한다.

국회가 교착상태에 있는 것 때문에 대통령이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기분이 나쁘고 감정이 상했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제1야당 대표가 보내주는 축하 난조차 수용 못하는 협량이 놀라울 뿐이다.

실은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지만 정무수석이 총대를 멘 것이라고는 여론도 없지 않지만 이번에는 청와대의 발표를 믿기로 한 것도 그동안의 그의 행실이 위에서처럼 화려하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보다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최측근인 그가 축하 난을 거부한 것은 그것이 대통령의 의중에 부합한다고 봤기 때문일 수도 있다.

조화 하나 보내는 것도 일일이 결재한다는 박 대통령의 경직된 업무 스타일을 알아차리고 현 수석이 스스로 악역을 떠맡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 당사자로 언급했던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1월 부친상을 당했을 당시 화환을 보내지 않은 바 있고, 2014년 11월엔 지난 대선에서 주요 역할을 했던 이상돈 전 중앙대 교수가 모친상을 당했을 때도 조화를 보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현 수석의 행위가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다. 설사 대통령이 그런 생각을 가졌다 치더라도 대통령을 설득하고 이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정무수석의 역할이 아닌가.

게다가 요즘 여권에서는 ‘현기환이 다해 먹는다’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현역 대구·경북 물갈이 공천기획도 그의 작품이라는 설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사태는 더욱 우려되는 일이다.

박 대통령에게 당장 현 수석을 경질할 것을 주문한다. 오만한 정무수석은 대통령에게 누가 될 뿐이다. 현 수석을 그냥 두고는 야당은 물론 국민과의 소통도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의 마음은 밴댕이 소갈딱지보다 더 좁아 '뒤끝 작렬’ 하며, 개인적 감정을 노출하면서 공사를 구분 못하는 지도자라는 말을 더 듣기 싫다면 말이다.

 

 

김상환(전 양천신문/인천타임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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