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응시원서 접수가 2월 1일 마감됐다. 인사혁신처는 4120명 선발에 역대 최대 인원인 22만2650명이 접수해 경쟁률 54.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원자들의 평균연령도 28.5세로 2015년에 이어 28.6세와 비슷했다고 공개했다. 초임 기준연봉이 1540만원(군 미필)~1800만원(군필)에 불과한 9급 공채시험에 대졸자들이 5~6수를 하면서까지 장기 응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5년 기준 비경제활동 청년인구가 513만명이므로 22만명(4.3%)은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청년(만 15~29세) 실업자는 39만 7000명, 청년 실업률은 9.2%다. 청년실업률 통계를 따로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사상최고치다. 평균 실업률(3.6%) 대비 두 배 이상이 높았으며, 2월 한때는 11.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사실상 실업상태인 취업준비생과 단기아르바이트생 등을 모두 포함하면 체감 실업률은 22%, 실질 청년실업자는 108만 9000명으로 집계(통계청 산하 한국통계진흥원 계산)돼 공식 청년 실업률의 두 배가 넘는다.

정부는 청년고용율이 40%대라고 강조했으나 그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배달이나 청소, 건물관리, 카페 서비스 등 대대수 ‘아르바이트’가 중심이고 사무·관리직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다행히 정부의 ‘청년고용대책’ 프로그램으로 취업에 성공했다 하더라고 열악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박근혜 정부가 2013년부터 모두 여섯 차례의 청년고용대책을 공개했지만 질보다는 양 위주의 일자리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7월 내놓은 ‘청년 고용 절벽 해소 종합대책’에서는 공공기관 4만명, 민간기업 16만명 등 총 20만개를 제공하겠다고 했으나 사실상 그 중 12만 5천개(62.5%)는 인턴과 직업훈련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전혀 바람직한 대책이 아니었다. 이러한 나쁜 일자리는 단기성에 그칠 뿐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해서 안정성 면에서 아주 문제가 많았다.

기획재정부의 2015년 ‘청년고용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무려 42.4%가 신분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였다. 월평균 임금도 150만~200만원 사이가 43.9%, 150만 원 이하도 38.6%로 매우 열악했다.

이처럼 취업자의 절반 가까이가 비정규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거나 80% 정부는 연봉 2400만원 미만이다 보니 이들은 1~2년 후 다시 취업준비 혹은 실업자로 되돌아오고 있다. 실업률을 낮추는 일시적인 대책이 무용지물임을 입증해주고 있는 것이다. 2015년 한 해에만 무려 1조 7584억원의 국민 혈세를 청년고용대책으로 쏟아 부은 대한민국의 현주소이다.

통계청에서 2012년부터 조사 발표하고 있는 ‘기업생명 행정통계’에 따르면 ‘30대 미만 대표자’ 기업의 소멸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2013년 기준으로 30대 미만이 23.8%, 30대가 17.4%로 1, 2위를 차지했는데 이는 전체 기업의 평균 소멸률 12.4%보다 높은 수치다. 생존율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 떨어진다. 30세 미만 청년이 대표자인 기업의 경우 창업 이후 5년 생존율은 16.6%로 6곳 가운데 불과 1곳 정도만이 생존하고 있는 것이다. 치킨집 5년 생존율인 17.7%보다 낮은 수준이다.

양질의 청년일자리가 줄어듦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2012년 700억원에 불과했던 청년창업지원예산을 2015년 1670억원까지 대폭 증액했다. 2014년 중소기업청의 창업지원예산 중 청년창업에 배정한 예산도 불과 1491억원이었지만 2015년에는 5800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따라서 청년기업가들의 스타트업 설립은 수월해졌지만 지원책은 대부분 1~2년 차에 집중돼 있다 보니 3년을 넘어 생존하는 청년창업가의 숫자는 극히 드물다.

2015년을 오롯이 관통했던 ‘헬조선’과 ‘개한민국’이란 신조어는 바로 이와 같은 수치가 한 마디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을 해도 흙 수저(?)들은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 첩첩산중이다. 5포(연애, 결혼, 출산, 내 집, 인간관계)를 넘어 꿈과 희망, 그리고 모든 삶의 가치를 포기한 20~30대를 N포 세대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특히 서울의 주거문제는 가히 살인적이다. 청년주거권 실현을 위한 시민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이 발표한 <청년 주거 빈곤의 실태와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지역 20대 인구는 증가하는 반면 주거환경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서울 전체 가구의 주거 빈곤율은 1995년 42.8%에서 2010년 22.2%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나 청년가구의 주거 빈곤율은 1995년 51.7%에서 2005년 29.3%까지 떨어진 뒤 2010년 30.6%로 다시 오르는 등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거 빈곤률은 주택법 상 규정된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주거기준인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와 지하·옥상·고시원 등 비주택 가구가 전체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주는 수치이다.

특히 서울지역 1인 청년가구의 주거 빈곤율은 2010년 36.6%로 최악이었으며 ‘민달팽이 유니온’은 서울대, 한양대, 건국대 등 대학가 주거 빈곤율이 50%를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고시원 등 주택이 아닌 곳에 사는 전국 13만 가구 중 20.1%인 2만6천가구가 서울의 청년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비주택 거주 청년 숫자는 2005년 대비 8배나 폭증한 것이며 주된 요인은 집값과 임대료 상승 때문이다. TV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옆집 사람의 휴대폰 대화소리가 생생하게 들리고 양팔을 뻗으면 양쪽 벽이 닿을 만큼 비좁은 고시원이나 반지하 셋방은 그런 면에서 최악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주택 보급률은 2002년부터 100%를 넘었으며 2014년 118.1%, 서울도 103.8%를 기록했다. 그렇지만 서울시가 실시한 <2014년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 결과를 보면, 2014년도 서울시민의 자가 주택 소유비율은 불과 41.2%이다. 이와 반면에 주택·전세 가격 상승에 따라 월세가구는 2009년 19.3%에서 2014년 30.2%로 급증했다. 특히 30대(20대 미조사)는 35.3%로 가장 높았다.

다른 조사도 있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전국 월세 가구수는 약 430만 가구를 기록해 전세 가구수 353만 가구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주거비에서 소득의 30% 이상 지출하는 1인 청년 가구비율도 무려 69.9%를 차지했다. 서울에서 월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월세를 구하는 직장인이 많은 중구(46.8%)였고 서울대와 고시촌이 밀집한 관악구(45.0%)가 뒤를 이었다.

한편 2015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귀속 연말정산을 실시한 1620만명 근로소득자들의 평균급여는 3170만원이었다. 서울지역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서 3520만원(월 293만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2014년 신입사원 초봉’을 조사한 결과, 대졸은 평균 2363만원, 고졸은 평균 2030만원이었다. 대기업은 평균 3089만원(월 257만원), 중소기업은 2355만원(196만원)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초봉이 근로자 평균임금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이다.

간신히 취업을 해도 겨우 150만~200만원, 좋은 일자리가 257만원인데 주거비 하나 감당하기도 힘겹다. 그러니 ‘N포 세대’의 초혼연령은 점점 늘어나 2013년 현재 남자는 32.6세, 여성은 30.6세로 모두 30세를 넘어섰다. 이미 2010년 통계청 센서스에서 서울지역 청년(25~34세)들의 미혼율은 무려 68.2%였다. 200만원을 벌면 60만원을 주거비로 지출해야 하니 결혼은커녕 연애조차 엄두를 못내는 것이다.

국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4년 말 서울지역 아파트의 평균 전세 가격은 3억 1864만원이었다. 평균 매매값은 이보다 많은 4억 9177만원이다. 서울에서 평균 연봉(3520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저축을 해서 아파트를 사는데 무려 13.97년이나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014 주거실태조사에서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Price to Income Ratio)을 평균 5.7이라고 발표한 바 있으나 이는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평균 주택 매매가격 2억 4400만원이 기준이다. 국민의 눈높이와는 다소 거리가 먼 주장이다. 또한 전세 아파트를 마련하는데 결리는 기간도 역시 9.05년이다. 2000년에는 2.3배가 있으면 됐지만 불과 10여년 사이에 천정부지로 뛰어버려 ‘금수저’가 아니면 고시원이나 옥탑방, 반지하 월세방으로 전전해야 한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공기관의 경우, 2012년~2014년 3년 동안 한국투자공사가 1인당 평균연봉 1억 384만원으로 최고액을 기록했다. 다음은 한국예탁결제원이 1억 83만원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민간기업의 경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고 직장인 삼성전자는 2014년 계약직을 포함하여 전 직원에게 인건비로 평균 연봉 1억 200만원을 지급했다. 완성차 업체의 선두주자인 현대차는 9700만원이었다. 중소 제조업체 평균이 2750만원이었으니 무려 4배나 차이가 난다. 청년 취업자들의 평균 임금인 월 150만~200만원과는 무려 5배 이상 차이다.

그렇다면 ‘N포 세대’ 청년들이 희망이 없다고 하여 소득·자산 불평등에 분노하며 수저론을 떠들고 헬 조선 탈출을 궁리만 하면 능사인가?

2016년 총선은 2030세대(19세 포함)가 36.2%로 2%가량 줄어들었다. 인구 노령화에 따른 5060세대(60대 이상 포함)의 구성비는 43.5%로 약 4% 증가했다. 더욱 무서운 것은 투표자의구성 비율이다. 유권자수 기준으로 19대 총선에서 2030세대는 31.1%가 투표장을 찾았지만 5060세대는 47.7%였다. 2030세대는 40%대의 낮은 투표율, 5060대는 60%대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치(선거)에 무관심하면 여의도 정치권은 절대로 알아서 챙겨주지 않는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기초연금 20만원 공약’이 잘 먹힌 이유도 평균보다 14.4%나 높았던 60대 이상의 투표율 때문이었다.

정부는 2016년 청년일자리 예산을 다시 2조 1213억원으로 증액시켰다. 청년실업자 1인당 534만원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투표소로 달려가는 청년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잠자던 권리도 다시 되살아난다. 지금은 ‘헬 조선 탈출’이 아니라 여의도로 쳐들어가야 할 때다.

 

최 광 웅

참여정부 인사제도비서관
현 데이터정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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