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누군가에겐 생존하기 급급한 도시"
"86세대가 획득한 민주주의에 배제되는 사람 많아"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사진=기본소득당 제공)
신지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사진=기본소득당 제공)

기본소득당 신지혜 상임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신 대표는 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서 신지혜 대표는 "86세대가 획득한 민주주의에 배제되는 사람이 많다"며 "부동산 불평등, 소득 불평등, 기후 불평등, 젠더 불평등을 해결하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부동산 불평등 없는 서울, 기본소득 서울, 개인의 삶에 주목하는 복지 서울, 기후 불평등 없애고 재난사고 막는 서울, 성평등한 서울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신 대표는 "다른 나라에서도 30대 여성 총리가 재난을 이겨내고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에서도 정치의 새로운 세대가 직접 시대변화에 발맞춘 변화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며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관계 맺고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소득, 기후, 젠더 불평등을 온몸으로 경험한 제가 이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기본소득당은 동시당직선거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를 선출하기로 하고 지난 2일부터 후보자 등록을 시작했다. 후보자 최종 선출은 오는 12일부터 나흘간 진행되는 당원 투표를 통해 이루어질 예정이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용혜인 의원은 "내년 재보궐 선거는 성평등한 사회를 원하는, 코로나19 경제위기로 고통 받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용 의원은 "서울이 바뀌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부터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상식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출마선언문 전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신지혜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불평등 압축판 서울이 아닌, 뉴노멀 서울을 만들고자 내년 4월에 열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교무실 칠판 위 종이에 적혀 있던 제 이름을 기억합니다.
 
그 명단은 무료급식 명단이었습니다. 누구나 오가는 곳에 무료급식 받을 정도로 가난하다는 낙인이었습니다. 부모님의 노고를 잘 알고 있었기에, 고등학생이었던 저는 가난의 낙인을 견디는 것이 효도라 생각했습니다.
 
여전히 기초생활수급 받는다는 낙인의 무게를 견디는 대한민국 3%의 국민이 있습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전하겠다는 선별복지의 가장 큰 문제는 빈곤을 유지해야지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누가 더 불쌍한지 경쟁해야만 하는 선별복지가 오히려 빈곤한 삶을 유지하게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경험했습니다.
 
고향을 떠나 무작정 서울로 가고 싶었습니다.
 
학창 시절 언제나 서울 지도를 유심히 보며 서울에서의 삶을 꿈꿨습니다. 대학 공부를 마치고 무사히 취직도 하고, 열정적인 일상을 보내는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틈틈이 대학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과외 알바를 해도 월세 50만 원을 감당할 순 없습니다. 열심히 살아도 삶은 결코 안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저만 바라보며 살아가다, 어느 순간 옆을 바라보았습니다.
 
세상을 더 배우고 싶어 발달장애인과 빈민을 만나는 자원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꿈과 희망의 도시라고 생각했던 서울은 누군가에겐 생존하기 급급한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장애어린이들은 부모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해야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시로 철거 위협을 받는 판자촌 주민들은 화재로 집을 잃어도 화재 잔재와 함께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 내팽개쳐져 있어야 했습니다.
 
제 꿈은 더 많은 사람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으로 서서히 변했습니다.
 
비정규직 해고 투쟁에 함께 했던 날, 어머니의 말을 기억합니다.
 
장애인과 빈민, 홀몸 어르신을 만나며 해고 위기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게 된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아버지는 노동조합도 못 만드는 데서 일한다.'라며 취직에 힘쓰는 대신 비정규직 노동자들 곁에 서는 것을 걱정했습니다. 부모님도 86세대와 나이는 같았지만, 여의도에 진출한 86세대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비로소 제가 서 있는 세상이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여의도에 진출한 86세대, 대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에 진출한 86세대가 획득한 민주주의에 배제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비정규직은 늘고 일자리는 불안정해지기만 했고, 선별과정을 거쳐 받을 수 있는 복지 역시 사각지대가 많았습니다. 정치, 경제 엘리트는 자산이 늘고 모든 영역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었지만, 평범한 우리는 국가 시스템에서 배제된 채 각자도생, 불안정한 삶을 감내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집 없어 떠돌아다녀야 하는 삶, 위협받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평범한 86세대 자식으로서의 저의 삶도 다시 보였습니다.
 
열여섯 번 이사 중 성인이 된 후 아홉 번의 이사를 해야 했습니다. 어느 집을 고르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아무리 조심해도, 일상에서부터 일터를 넘어 디지털 영역에서도 안전하지 않은 것이 여성의 삶입니다. 저의 친구들은 코로나 여파로 독박 육아 처지에 내몰리거나 아르바이트 해고통지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언제나 다양한 불평등에 관해서는 근본적 해결보다 임시방편이나 ‘나중에' 다룰 문제로 미뤄졌습니다.
 
지금도 재난 속에서 누구보다 불평등을 감내하고 있지만, 있는 자들 편에 먼저 서는 정치는 말로만 불평등 해소를 외칠 뿐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사회를 바꿀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86세대 정치 엘리트가 만들어 온 세상에 멈추는 대신 기본소득당 창당의 길에 나섰습니다.
 
저는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바늘구멍 같은 취직의 문을 두드리며,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기 위해서 앞만 보며 내달려야 하는 삶을 선택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본소득당 창당'이라는 새로운 길을 나섰습니다.
 
하위 50%가 전체 자산 중 2%만 소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저 혼자 아등바등해도 그저 생존하는 것 이상의 꿈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 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더 많은 사람이 실업과 가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현실을 바꿔야 했기 때문입니다.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돌리는 기본소득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상식으로 만드는 것이 모두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네 가지 불평등 문제 해결만이 우리 모두를 살립니다.
 
모두를 살리는 정치는 자산 불평등, 소득 불평등, 기후 불평등 그리고 젠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87년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주의'가 안착했지만, 여전히 배제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각종 불평등의 해소 없이는 새로운 민주주의라 할 수 없습니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이 시대의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합니다.
 
 
불평등 확장판 서울에서 대한민국의 뉴노멀을 열겠습니다.
 
첫번째로 부동산 불평등 없는 서울을 만들겠습니다.
 
자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부동산입니다. 서울시의원 세 명 중 한 명이 다주택자인데, 이 중 5명이 81채를 갖고 있을 정도로 부동산 불평등이 심각합니다. 쪽방에 사는 사람들은 평당 18만 원이 넘는 월세를 내고, 신고되지 않는 월세 받는 쪽방 주인들은 건물주가 되고, 청년들도 불법 쪼개기 증축한 쪽방에 내몰리는 것이 부동산 불평등의 단면입니다.

토지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불립니다. 초유의 지가를 자랑하고 있는 서울의 토지 가치는 서울시민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합니다. ‘초과이익환수제’를 확대해서 토지 가치를 함께 누리고 집 없는 사람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서울로 만들겠습니다.
 
 
두 번째, 기본소득 서울, 한 사람의 삶을 주목하는 복지를 만들겠습니다.
 
서울의 가치를 부동산 부자들만 누리는 세상을 바꿔야 합니다. 서울에서 만들어진 빅데이터로 얻는 수익을 모두에게 돌려야 합니다. 서울형 기본소득 모델을 만들어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나누는 대한민국을 서울에서 시작하겠습니다.
 
기본소득 외에도 사회복지 체계를 더 튼튼히 해야 합니다.
 
서울 전체 세대 중 1인 가구가 40%가 넘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수도권에 새롭게 몰린 인구 중 20대가 75%나 됩니다. 청년과 노인 1인 가구가 늘고 있지만, 서울시의 다양한 제도는 여전히 ‘부양의무제'에 갇혀 있습니다. 유독 서울에는 가족의 자산을 물으며 선별하는 제도가 많습니다. 이를 바꿔서 한 사람의 삶에 집중하는 복지체계를 만들겠습니다.
 
세 번째, 기후 불평등 없애고, 재난사고 막는 서울을 만들겠습니다.
 
서울의 에너지자립도는 2%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생산 에너지 중 10%를 서울에서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탄소배출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 불평등은 가난한 사람이나 서울지역 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도 위협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과제가 아닌 지금 당장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자동차 운행률을 줄인다면서 지하도로를 파는 이중적인 행정 대신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종합 계획을 시행하겠습니다. 자동차 운행률을 줄이고, 에너지효율과 에너지자립도를 높이겠습니다. 무분별한 개발 때문에 생기는 땅 꺼짐 등의 재난사고를 미리 예방하겠습니다.
 
4) 성평등한 서울을 만들겠습니다.
 
이번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고발사건으로 우리 사회가 모두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그 누구도 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고 성찰해야한다는 것과 성평등 제도의 신설만으로 성평등이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만들어야 할 민주주의에서는 모든 분야에 있어 성평등을 기본 가치로 놓아야 합니다.
 
노동, 돌봄, 문화, 관계 등 전 영역에서 성평등한 서울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서울시와 산하 기관의 성폭력 대응 체계를 단순화하고, 최고책임자인 단체장을 포함해 별정직 공무원이 저지르는 성폭력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 여파로 많은 여성이 해고 위기에 놓였습니다. 임금과 채용에서의 성평등 뿐만 아니라 계약만료와 해고에 있어서도 성별 고시를 할 수 있도록 해서 노동에서의 성평등을 종합적으로 이루겠습니다. 제도 개혁뿐만 아니라, 가장 낮은 현장에서부터 성평등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여성 노동자들의 모임을 조직하기 위한 지원 방안도 마련하겠습니다.
 
불평등 확장판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의 뉴노멀을 보여줄 1년,
 
기본소득당 신지혜가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생긴지 7개월이 지났습니다.
 
이제 서로의 표정을 살피며 관계를 맺는 일상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마스크를 벗고, 이전의 일상으로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릅니다. 몇 년 주기로 감염병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면서도, 다른 방식으로 관계 맺고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코로나19로 인해서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시대에 네 가지 불평등을 온몸으로 경험한 저 신지혜가, 이를 바꾸기 위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합니다.
 
기본소득당 신지혜와 함께 다가올 변화를 준비해주십시오.
 
다른 나라에서 30대 여성 총리가 재난을 이겨내고 있는 것처럼, 대한민국에서도 정치의 새로운 세대가 직접 시대변화에 발맞춘 변화를 시작할 때가 되었습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대한민국의 향후 5년의 과제를 결정하는 제대로 된 대선 전초전이 되도록 다가올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경쟁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상식을 만들 1년, 뉴노멀 서울로 대한민국의 뉴노멀을 먼저 선보이겠습니다.
 
기본소득당 신지혜와 함께 상상하고 이루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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